살레 예멘 대통령 美, 퇴진압박 나서… “권력 이양작업 시행” 촉구
입력 2011-07-11 21:25
미국이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퇴진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정체 상태에 빠진 예멘 사태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존 브레넌 대테러담당 보좌관이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살레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반군의 대통령궁 공격 때 다쳐 리야드의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살레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지난 7일 TV에 출연했을 때보다 더 나아 보였다고 보도했다.
회담에서 브레넌 보좌관은 살레 대통령의 회복을 기원한 뒤 퇴진하겠다고 했던 기존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앞서 살레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면책권 부여를 조건으로 퇴진한다는 내용의 걸프협력회의(GCC) 중재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가 이를 뒤집었다. 브레넌 보좌관은 “예멘에서의 권력 이양 작업이 즉시 시작돼야 한다. 예멘 국민들의 열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살레 대통령은 중재안에 동의한다면서도 끝내 중재안에 서명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살레 대통령의 조속한 권력 이양을 촉구한 것은 예멘 내부의 혼란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살레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중동 민주화 혁명 이후 살레 정권이 지속될 수 없다고 판단해 지원을 철회했다. 미국으로서는 정당성을 잃은 살레 대통령을 빨리 퇴진시킨 뒤 민주적이면서도 테러와의 전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부를 빨리 구성해야만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 공백 때문에 남부 거점지인 아덴 등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넘어갔다면서 미국이 더 급해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살레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33주년이 되는 날인 17일 귀국할 것이라면서 이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내부적 혼란 때문에 살레 대통령이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따라서 이 시점에 살레 대통령의 퇴진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