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지도부 ‘사무총장 인선’ 놓고 연일 파열음…'봉숭아학당 그대로'

입력 2011-07-12 04:46

한나라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지도부가 새로 꾸려진 뒤 1주일간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연일 충돌하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선 “젊은 지도부라고 뽑아놨더니 당직을 놓고 싸우던 1년 전 ‘봉숭아학당’ 지도부 그대로”라는 비아냥이 들린다. 홍준표 새 대표의 리더십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홍 대표는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선인 김정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초선이자 쇄신파인 김성태 의원을 사무1부총장에 임명하는 당직 인선안에 동의를 구했다. 대신 그는 “사무2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에 친박계 인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은 ‘캠프 인사 사무총장 기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3선에 비교적 중립적인 인사로 사무총장을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이견이 계속되자 홍 대표는 “표결에 부치자”고 했지만 최고위원들은 “당직 인사를 갖고 표결한 적이 없다”고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 언성이 높아졌다. “(내가) 당 대표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홍 대표의 목소리가 회의장 밖에까지 흘러나왔다. 급기야 홍 대표가 회의 도중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뛰쳐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일부 최고위원이 홍 대표 측근을 사무총장에 앉히는 데 격렬히 반대하고 나선 것은 내년 총선 공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친박근혜계 유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장악하는 공천 시스템의 핵심”이라며 “사무총장 자리만큼은 탕평인사를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홍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반발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7·4 전당대회 다음 날 홍 대표가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사무총장 등을 자신의 사람으로 앉혀 공천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또 홍 대표가 직전 안상수 대표 시절 “캠프에 참여한 의원을 당직에 인선하는 것은 당직 매수행위”라고 비판한 점 역시 반대파로부터 공격당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측근들은 홍 대표가 ‘김정권 카드’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회동이 예정된 만큼 최고위원들과 개별 접촉 등을 통해 인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특히 12일 오전 최고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홍 대표 언행까지 문제 삼으며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절충점을 찾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큰절을 한 데 대해 “공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한 처신 아닌가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홍 대표 역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사무총장은 친이, 친박에 줄 수 없다”고 강조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김정권 사무총장’ 인선안에 반발하는 유·원 최고위원이 각각 친박계와 친이계의 이익을 대변해 비주류인 자신을 협공하고 나섰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지도부 내 갈등을 두고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새 지도부가 서민정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자리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고 우려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