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본부, 여성 참여 비율 50% 요구에도… 부산총회 준비위원 100명중 女는 5∼7명뿐
입력 2011-07-11 17:52
“50%를 권고하는데 5%도 될까 말까?”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10회 부산 총회의 한국기획준비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여성 참여 비율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총 100여명에 이르는 준비위원 중 여성은 많아야 5∼7명 정도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저력을 과시하자고 유치한 총회에서 부끄러운 자화상만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WCC 총회 기획준비위원회가 최근까지 확정한 준비위원은 7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여성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해선 국장이 유일하다. 정 국장은 WCC 본부의 총회 준비위 부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현재 내부 마찰로 미뤄지고 있지만 빠르면 이달 안으로 발족할 정식 준비위는 참여 교단 파송 실행위원들까지 포함, 총 100여명으로 구성된다. 이때도 여성 비율은 5%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기획준비위 관계자는 “각 교단에 여성 실행위원을 넣어 달라고 요청하겠지만 WCC 회원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들이나 1명씩 배려할까 나머지 교단들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WCC 본부는 이에 대한 지적을 누차 해오고 있다. 지난 3월 WCC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는 한국을 방문해 기획준비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 참여 비율이 낮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보완을 당부했다. 또 지난달 16일에는 서신을 보내 “프로그램 활동과 의사 결정과정 모두에 여성과 청년의 완전한 참여(full participation)를 포함해 달라”면서 “이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WCC는 회장단을 비롯해 모든 임원과 스태프, 프로그램 실무자 등에 여성 50% 비율을 지키고 있다. 회원교회 및 파트너 관계 조직들에도 이 기준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부산 총회를 위한 본부 준비위도 남성 58%, 여성 42%의 비율로 조직됐다.
이에 대해 “준비위는 임시 조직이라 강제성이 없다” “한국은 여성 인력풀이 적다” 등 해명성 발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문숙 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는 “WCC가 1970년대부터 역점을 두고 지켜 온 일을 총회를 유치할 정도의 회원 교회가 등한시한다면 좋지 않은 표본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총무는 “여성 비율을 할당한 데에는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세워가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대 신학과 이은선 교수도 “모든 준비 과정에서 약자를 배려하고 정의와 평등 정신을 보여줘야 총회를 유치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독여성계의 구체적인 대응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최소영 총무는 “오는 15일 ‘WCC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NGO 모임’에서 기독여성계 의견을 모은 뒤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며 준비위에 50%의 여성 참여를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NCCK 양성평등위의 12일 심포지엄과 21일 정례회의 때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