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도 보따리 장수도 판다… ‘명품 不敗’ 한국 점령
입력 2011-07-11 21:50
이탈리아 피렌체를 두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하는 김모(33·여)씨는 국내 한 인터넷 명품 전문 사이트에서 명품 브랜드 프라다 제품을 팔고 있다. 김씨는 스스로 “프라다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가 이탈리아를 방문할 때마다 제품을 사는 데 쓰는 비용은 2000만∼3000만원. 그래도 물건을 들여오자마자 모두 팔려 이익은 800만∼90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2009년 배낭여행 중 프라다 아울렛 매장에서 사온 제품을 재미삼아 인터넷 명품 중고 사이트에 등록해 돈을 번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공항에서 수입 관세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김씨는 “우리나라 명품 사업은 불경기가 없는데 요즘은 특히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며 “주부나 학생들도 쉽게 할 수 있다 보니 최근에는 사업자가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명품 보따리장수’가 등장할 만큼 명품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과 백화점은 물론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대형마트, 명품 거래 전문 사이트, 서울시내 길거리 상점, 아울렛 매장 등에서 명품이 판매되고 있다. 모조품 위주로 판매하는 남대문·동대문시장과 중고 거래 전문점까지 더하면 명품 브랜드가 대한민국 모든 유통 채널을 장악하고 있다. 주부들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왔다가 명품을 사가는 것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샤넬, 루이비통 등 초고가 명품 브랜드로 구성된 명품관을 각각 1∼6곳씩 운영하고 있다. 버버리, 코치 등 준명품 브랜드는 대부분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명품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이른다.
GS샵,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도 주 1∼2회씩 명품만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몰과 11번가 등 오픈마켓도 ‘해외 명품 전문관’을 개설해놨다. 오픈마켓의 명품 연매출 신장률은 100∼300%에 이른다. 할인점 성격이 강한 대형마트까지도 명품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명품 전문관을 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예상보다 25∼30%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앞으로 명품관을 더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명품 매출 규모가 5년 전보다 3배 정도 커지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일부 브랜드는 한국 시장을 ‘테스팅 마켓’(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상품의 적합성을 시험하는 특정 지역)으로 삼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풍토는 결국 국내에서 판매되는 명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도 명품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명품을 일반 대중이 소비하게 되면서 명품 소유로 얻게 되는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희소성이 약해지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업체는 희소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비싸질수록 소유하려는 욕구도 커지면서 명품 소비가 더욱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