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재 가치 높은 지리산 선교사 수양관

입력 2011-07-11 17:37

1895년 우리나라에 파송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인 유진 벨 목사 부부는 훗날 사위가 된 윌리엄 린튼 선교사와 함께 많은 업적을 남겼다. 교육기관으로는 순천 매산학교, 목포 정명학교·영흥학교, 광주 숭일학교·수피아여학교, 전주 기전여학교·신흥학교, 대전 한남대를 세웠고, 의료기관으로는 순천 알렉산더 병원(현재 없음)·기독결핵재활원, 광주 기독병원, 전주 예수병원 등을 설립했다.

이들 선교사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장벽은 질병과의 싸움이었다. 이들은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학질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1920년대 초 영·호남지역에서 활동하던 남장로교 선교사와 자녀 등 67명이 풍토병으로 생명을 잃었다. 미국에서는 전원 귀환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정이 든 한국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1922년부터 지리산 노고단과 왕시루봉 일대에 피난처를 짓기 시작해 1940년대까지 56개 동의 건물을 세웠다. 풍토병을 피할 수 있는 고산지대를 선택해 전염병이 번지는 6∼9월까지 대피하면서 한글 성경을 번역하고 역량을 충전하던 수양관이다. 현재 쓰러져가는 12동의 건물만 남아있다.

이들 수양관은 미국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에서 온 선교사들이 고향의 건축양식에 온돌과 아궁이 등 한국적 특색을 가미해 지었기 때문에 건축사의 측면에서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간 교계 일각에서 이들 수양관을 문화재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계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땅의 소유주인 서울대의 동의도 필요하고 환경단체의 협조도 필요하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들 유적을 기독교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료분야에서 많은 빚을 진 우리 사회가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사단법인 지리산 기독교선교유적지 보존연합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리산 선교유적지 심포지엄’을 연다. 유적의 가치를 충분히 조명해 등록문화재 지정을 위한 사회 각계의 폭넓은 동의를 얻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