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건복지부 아직 정신 못 차렸다

입력 2011-07-11 17:40

보건복지부의 행태가 가관이다. 내년도 서민 복지 예산 가운데 여러 항목을 삭감하겠다면서 직원들의 포상과 해외연수 예산은 알뜰하게 챙기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복지 증진을 도모해야 할 정부부처가 자신들의 처우개선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복지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나가는 주거급여와 저소득층 출산·장례 지원에 사용되는 예산 등이 삭감 책정됐다. 기초생활 생계급여 대상자는 올해보다 3만5000명이나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절반으로 줄어들어 비난을 받았던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이 예산요구안에서 빠졌다. 정부가 말로만 ‘공정사회’ ‘서민정책’을 부르짖는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점입가경인 것은 이러면서도 기초생활보장관리 사업 가운데 우수공무원 포상 및 해외연수 비용을 13% 넘게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얼마 전 국토해양부에서 물의를 빚은 복지사업 관련 워크숍 예산으로도 2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 각 부처의 예산요구안이 곧바로 내년 예산으로 확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또다시 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요구안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지를 반영한다. 내년도 복지부 예산요구안에서는 소외계층 예산삭감에 무신경하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 민감한 ‘공직 이기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복지부는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감기약 등의 약국 외 판매에 반대하다 여론에 밀려 이를 허용하는 약사법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당시 복지부는 국민 편의보다 약사들 입김에 휘둘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새삼 강조할 필요 없는 공직자의 기본자세다. 공무원들이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지위와 처우가 향상된다면 국민들의 축하를 받을 것이다. 반대로 자기 이익에 발 빠른 공직사회에는 지탄이 쏟아지는 게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