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평창, 성공의 길-4. 평화의 올림픽으로 승화시켜라] 민주 “남북 공동개최” 전제조건은 신뢰 회복
입력 2011-07-11 18:20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남북 단일팀과 공동훈련 기반 조성을 넘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동영 최고위원도 지난 8일 “내년에 정권을 바꿔 남북 공동올림픽으로 확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남북 단일팀 구성과 공동훈련 기반 조성 등을 통해 ‘평화올림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평화올림픽을 둘러싼 난제들=가장 다루기 어려운 변수는 역시 북한이다. 남한의 차기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5년 동안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권력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군부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으며 군사적 모험주의로 흘러 국지전 등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도 상존할 것이란 관측이다. 나아가 김정은 후계체제의 연착륙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급변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북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불안정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다.
내년 남한과 중국은 정권이 교체되고, 미국은 대선을 치른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걸림돌인 북핵문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면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악화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은 핵을 통해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이고, 남한과 미국은 내년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핵 문제를 용인하고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체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남북 스포츠 교류를 비롯한 대외관계는 부수적인 사안에 속하므로 우리 정부의 뜻과 무관하게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뢰 회복이 첫걸음=남측의 기대와 달리 평화올림픽을 위한 조건 역시 좋지 않다. 결국 남북이 자주 만나 신뢰를 쌓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신뢰가 형성돼 있으면 돌발사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이다. 북한은 월드컵 결승을 하루 앞둔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우리 함정에 기습 포격을 가해 우리 군 6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 관리에 성공했으며, 2002년 9월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공동응원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남북 신뢰회복은 금강산·천안함·연평도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 있다. 남북은 이 문제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한 남한 정부가 먼저 양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남남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유치 열기에 가려져 있지만 금강산 관광길을 다시 열고, 5·24 대북조치를 해제해 대북지원을 재개하자는 주장에 대한 국내 비판이 적지 않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남북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인도적 대북 지원과 민간 차원의 사회문화 교류를 진행하면서 차츰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한편,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시각차를 줄여나가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