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꿈을 이루다] 가리왕산 산림보호구역에 활강경기장 건립 갈등
입력 2011-07-11 21:36
조선시대부터 보호림이었던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일대에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을 짓는 계획을 놓고 갈등이 움트고 있다.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대회의 국가 지원 근거가 되는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을 만들어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반면 환경부와 산림청의 입장은 다르다.
환경부와 산림청은 11일 지원법 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를 시·도지사의 승인만으로 가능케 하는 제정안에 찬성할 수 없다”며 “앞으로 유치할 모든 대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자연공원 지역 내에서의 개발행위를 가능케 하는 조항과 환경영향평가, 사전환경성검토에 따른 협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반대하고 있다. 가리왕산 중봉 일대는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출입을 엄중히 통제하는 곳이다. 경기장 부지엔 한계령풀, 도깨비부채 등 희귀식물과 분비나무·신갈나무 숲 같은 원시림이 대규모로 존재한다.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동물도 살고 있어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이곳에 경기장을 짓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법을 바꾸면 된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는 “국제 활강경기장 기준인 높이 800m, 길이 3.4㎞ 이상을 충족시키는 곳은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가리왕산 중봉지구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는 보호 가치가 높은 식물은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이식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식한 식물이 제대로 살아남는 사례가 드물고 1회성 이벤트인 국제대회를 위해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을 훼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1981년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지원법이 제정된 뒤 국제대회마다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주는 ‘법 위의 법’ 형태다. 이번에 마련된 지원법 제정안은 평창을 포함해 앞으로 유치할 국제대회에 30개 개별법에 규정된 인허가 조항을 생략하도록 특혜를 주고 있다. 강원도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해제권 등 19개 조항의 특혜를 더 요구하고 있다.
국제대회 성패에 국운을 걸고 다른 모든 가치를 밀어냈던 30년 전과는 시대가 다르다. 국제대회의 트렌드도 ‘친환경’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호주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경기장 공사 중 보호종인 그린앤드골든벨 개구리가 발견되자 부지를 옮겼다. 미국 덴버는 7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도 환경 파괴와 경제성 논란이 일자 주민투표 끝에 개최권을 반납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