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보다 정책 논할 때” “기준이라도 세워놔야”… 與, 노선 이어 공천갈등?
입력 2011-07-11 18:16
한나라당 내에서 민생정책을 둘러싼 노선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공천 갈등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지역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며 잇따라 호남 불출마 선언을 하자 불씨가 옮겨 붙은 모양새다.
홍준표 대표는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 곳곳에서 여야 불문하고 총선과 공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운을 뗀 뒤 “공천은 다음해 1월쯤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공천보다 서민정책을 한번이라도 더 말할 때”라고 언급했다. 홍 대표는 “공천 문제가 정책보다 앞서 나오기 시작하면 그 순간 당의 변화와 개혁은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국민의 신뢰 회복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출신의 유승민 최고위원도 “공천보다 정책이 중요하다는 홍 대표 말씀에 100% 공감한다”며 “공천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것이 블랙홀이 돼서 빨려들어가기 때문에 최소한 7, 8월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전날 호남 출신 3선의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19대 총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뒤 당내에서 ‘영남권 물갈이론’이 고개를 들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언은 오히려 공천 논쟁에 불을 붙였다. 특히 수도권 지역 최고위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공천 논의를 무작정 미룰 수는 없다”며 “8월 임시국회 전에 공천 원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나 최고위원은 “우리 당 의원 142명이 서명한 완전국민경선제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원(수도권) 싸움에 돌입했다”며 “8월에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공천 기준에 대한 논의는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천하의 인재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좋은 지역구를 내놓았듯 자기희생을 위한 자발적 동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대 총선 공포증에 빠진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까지 언급하며 영남권 중진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텃밭에서의 물갈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지역연고를 버린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며 “그것도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