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곧 사의 당 복귀… 여권내 ‘힘의 균형’ 요동 예고

입력 2011-07-11 18:31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 이명박 대통령에게 장관직 사의(辭意)를 공식 표명하고,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 장관이 당으로 복귀함에 따라 이 대통령 집권 후반기 여권 내 ‘힘의 균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1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남수단을 방문한 이 장관이 12일 귀국해 특사 활동 보고 형식으로 이 대통령을 만나 장관직 사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이 장관은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이번에는 취임 1년이 다 돼 가는 이 장관이 그만두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이 대통령도 지난 2일 아프리카 순방에 오르기 전 사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 특임장관에 임명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장관이 한나라당으로 복귀한 뒤에도 당직을 맡지 않고 ‘평의원’ 신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 장관이 무슨 죄인도 아닌데 친분 있는 의원들과의 만남까지 피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난 4일 전당대회를 통해 몰락한 ‘친이계 재건’에 사실상 나서겠다는 얘기다.

특히 이 장관이 당 복귀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여권 내 세력 간 심각한 알력이 있었다는 점도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장관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이 장관이 위축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4·27 재·보궐선거 당시 경기도 분당 공천 파동과 5·6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때 친이재오계 후보 패배, 7·4 전당대회에서 친이계 당 대표 배출 실패 등으로 이 장관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여기에 이 대통령이 6·3 회동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당내 역할을 당부한 반면, 청와대 참모들은 회동 자체에는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말한 이 장관을 공격했다”며 “이번 남수단 방문도 당초 이 장관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기로 했는데, 순방 하루 전 청와대 참모들이 수행원 명단에서 빼 버려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으로 돌아오는 ‘정치인 이재오’의 앞길은 순탄치 않은 게 현실이다. 친이계를 규합, 당내 주류로 부상한 친박계와 소장파 등에 대적해야 하는 동시에 여권 내부의 비토세력에게도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오후 귀국한 이 대통령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 부재중에 사표를 낸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이르면 14일쯤 사정 라인에 대한 원포인트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민정수석만 바꾸고 8월 이후 특임장관을 비롯한 소폭의 개각을 하는 ‘2단계 개편론’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장희 김남중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