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센터장&김도헌 과장, 틈나면 민간외교…해양기지 산증인
입력 2011-07-11 17:30
미크로네시아 韓·남태평양 해양연구센터를 가다
태평양의 열대 오지에 우리 해양과학기지가 굳건히 자리 잡기까지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장인 박흥식(47) 박사와 기술원인 김도헌(49) 과장의 남다른 공이 컸다.
박 센터장은 1998년 당시 해양수산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남태평양 전진 기지의 필요성이 제기된 후 센터 후보지를 물색할 때부터 깊숙이 관여해 왔다. 당시 연구센터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연구원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축주가 속해 있는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다른 국가의 해양연구센터가 없었다는 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태풍의 발생지라는 점 등이 최종 부지 선정에 고려됐다”고 말했다.
2000년 개소 당시 센터는 저예산 탓에 현지 한국인 기업가의 리조트 건물을 임대해 써야 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또 처음엔 박 센터장을 비롯한 1∼2명의 연구원들이 1년에 서너 차례 오가며 연구를 진행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때문에 지역민들이 센터 건물에 침입해 연구 장비를 도둑질해 가는 일도 없지 않았다. 원주민들은 낯선 한국인에 배타적이었고, 의사소통도 쉽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때 지역민과 교분이 두터운 김 과장이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김 과장은 97년 리조트 기업의 선박 제조 기술자로 축주에 들어왔다가 현지 원주민 추장의 손녀와 결혼하면서 아예 눌러 살고 있는 ‘반 현지인’이나 다름없다.
두 사람은 축주 사회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 학교 아이들을 위한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국내 종교단체와 함께 의료봉사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씩 마을교회 등에서 영화상영을 하거나 축주 정부에 각종 과학 장비를 지원하는 등 문화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김 과장은 “최근 이곳에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역민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센터는 현재의 해양 연구 중심에서 향후 국가 융복합 과학연구기지로 전환될 예정이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