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해양생물 寶庫… 고부가 미래자원 캔다

입력 2011-07-11 17:41


미크로네시아 韓·남태평양 해양연구센터를 가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정도 떨어진 남태평양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연방 축(Chuuk)주. 29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적도 바로 위 북위 7.27도에 위치해 연평균 기온이 30℃에 가까운 열대 기후 지역이다.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축주의 섬들을 고리 모양으로 둘러싼 산호초(환초)는 둘레가 무려 224㎞에 달해 2004년 세계자연연맹(ICUN)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산호초 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 바다 속에는 국내 해역에선 볼 수 없는 최고의 생물 다양성을 갖고 있어 ‘열대 해양 생물의 보고(寶庫)’로 불릴만 하다. 수많은 섬 가운데 가장 크고, 많은 사람이 사는 웨노섬 가장자리에 우리 열대 해양자원 개발의 전진 기지가 있다. 남극의 세종기지, 북극의 다산기지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외 과학기지로 꼽히는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KSORC)를 지난 4∼7일 찾아 연구현황을 둘러봤다.

◇바이오디젤 추출용 미세조류 대량 배양=한국해양연구원(KORDI) 부설 기관으로 2000년 5월 문을 연 KSORC는 산호초 등 기초 해양 생태계 및 환경 모니터링, 열대 생물과 서식지 연구, 기능성 생물 생산, 신재생 복합에너지시스템 개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해양 산성화 연구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는 미래 신재생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연료 추출용 ‘미세조류(microalgae)’의 대량 배양에 성공했다는 것. 미세조류는 바다와 강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연구센터는 축주 주변 바다에 사는 기능성 미세조류 6종(스피룰리나, 듀나렐라 등)을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

박흥식 센터장은 “국내 바다에선 볼 수 없는 것들로, 지방 함량이 높아 경유차에 섞어 쓸 수 있는 바이오디젤을 뽑는데 적합하며, 단백질 함량이 높아 대체식품으로도 개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축주는 강렬한 태양광, 높은 수온 등 미세조류의 대량 배양에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고 있어 국내에서보다 미세조류의 성장률이 4배가량 빠르다. 연구센터는 최근 플랑크톤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특수 영양염’ 개발에도 성공했다. 먹다 버리는 음식(라면) 배출수에 미네랄을 섞어 만든 것으로, 현재 3종류를 개발해 ‘코르디(KORDI) 1, 2, 3’으로 이름 붙여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해양연구원은 이 영양염 기술을 국내 미세조류 배양 실험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달 중순 애경유화, 롯데건설 등과 바이오디젤 생산 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박 센터장은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배양조건이 좋은 이곳에서 미세조류를 키우고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면 훨씬 더 나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화 가능 12㎜ 흑진주 양산=진주조개 양식을 통해 흑진주 양산에 성공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흑진주는 백진주에 비해 고가품인데다 최근 들어 수입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대량 생산 기술 확보는 국내 보석 산업 진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센터는 2008년 일본 중국 프랑스 등 3개국만 보유한 흑진주 생산 기술을 개발해 크기 8㎜급 흑진주를 처음 생산했고, 최근 10.4㎜까지 키우는 데 성공했다. 최종 목표는 산업화가 가능한 12㎜급 이상 흑진주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연구센터는 현재 8000개의 모패 중 흑진주로 자라는 핵을 삽입한 진주조개 2000개를 양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0여개에서 흑진주를 12㎜ 이상 키우는 데 성공해 올 가을쯤 수확할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앙드레김 주얼리와 30억원 규모의 연구 지원 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최근 2∼3곳의 다른 기업과 산업화를 새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칼슘제제의 원료인 산호, 단추 제조에 쓰이는 트로커스(단추조개) 등 고부가가치 열대 산업 생물의 배양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해마와 깃대돔 등 진귀한 열대 관상어를 대량 증식해 제주도에 반입, 일본에 수출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세계 관상어 시장은 2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연구센터는 또 해면과 불가사리 등에서 항암 및 항산화(다이어트),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검증된 천연물질 74종을 분리해 냈으며 300여종의 생명공학 소재를 확보해 국내 반입하는 등 지난 10년간 연구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열대 해양자원 연구기지로 자리 잡았다.

미크로네시아연방 축주=글·사진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