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세계적 안무가 롤랑 프티 타계
입력 2011-07-11 00:37
‘춤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의 세계적 안무가 롤랑 프티가 10일(현지시간) 백혈병으로 별세했다고 파리오페라발레단이 밝혔다. 향년 87세.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20세기 발레에서 가장 뛰어난 안무가이자 무용수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유럽 모던발레를 대표하는 프티는 20세기 발레의 산 증인으로 불렸다. 그의 안무 스타일은 연극적 요소가 강하면서도 무용수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루돌프 누레예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마야 플리세츠카야 등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앞다퉈 그의 작품에 출연하길 희망했다. 또한 한국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세계 유수 발레단이 그의 작품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그는 2차대전 직후 샹젤리제 발레단 등 자신의 발레단을 만들어 주옥같은 작품을 쏟아내며 20대 초반에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작품 가운데 시인 장 콕토의 대본을 토대로 한 ‘젊은이와 죽음’과 평생의 뮤즈인 아내 지지 장메르를 주인공으로 한 ‘카르멘’은 존재의 부조리와 자유를 구현한 춤으로 지금도 걸작으로 꼽힌다. 이후 프랑스 마르세유 발레단에서 예술감독으로 27년간 일하며 ‘핑크 플로이드 발레’ ‘아를르의 여인’ ‘타이스’ ‘박쥐’ ‘프루스트’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는 유럽 안무가로는 드물게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해 뮤지컬 영화 안무에도 솜씨를 발휘했다. 당시 그가 참여한 작품으로 ‘안데르센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 ‘유리구두’ 등이 있다. 또한 그는 정통 발레 입장에서 보면 품위 없어 보이는 뮤직홀(극장식당)을 운영하며 아내와 함께 쇼 형식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