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문의 여성들 정치를 물려받고 있다”… 英 이코노미스트 집중 분석
입력 2011-07-10 19:15
한국의 박근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태국의 잉락 친나왓,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이들의 공통점은 전직 국가 지도자들의 부인과 여동생, 딸로서 각국 정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일 ‘정치 가문의 여성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직 국가 지도자의 여동생과 딸, 부인들이 지도자가 물러나거나 숨진 뒤 정치를 물려받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20여명의 여성 정치가를 분석, 일부는 자력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일부는 정치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인지도와 유리한 인간관계,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태국 총선에서 승리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총리 후보를 예로 들었다.
정치 가문의 여성들이 정치가로 활약하는 것은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인도 국민회의당의 소니아 간디 당수는 라지브 전 총리의 부인이며, 라지브 전 총리는 간디 가문의 자제로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가 할아버지이고 네루 총리의 딸 인디라 총리가 모친이다.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전 대통령은 부모가 모두 총리를 지냈고,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무지부르 라만 전 대통령의 딸이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미얀마 군부에 맞서는 용기로 칭송받고 있지만 그의 가문도 상당한 권위를 갖고 있다. 선친 아웅산 장군은 미얀마 독립운동을 이끌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뒤 그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전면에 등장했다. 필리핀에서도 야당 지도자 베니그노 아키노의 부인인 코라손 아키노, 디오스다도 마카파칼 전 대통령의 딸인 글로리아 아로요가 줄줄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서양에서도 이런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자크 들로르 전 EU 집행위원회 의장의 딸 마르텡 오브리 프랑스 사회당수 등이 대표적이다. 남미에선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에 취임했고, 과테말라에선 알라보 콜롬 대통령 부인인 산드라 토레스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최근 남편과 이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구에서 여성들이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며, 아시아에서도 무능한 아들보다는 지적이고 통찰력이 뛰어난 딸들에게 권력이 이양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한국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페루의 대선 후보였던 게이코 후지모리는 대통령의 맏딸로 모두 젊은 시절부터 모친을 대신해 영부인 역할을 해야 했다고 소개했다. 박 전 대표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는 암살당했고, 후지모리의 경우 부친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대통령에 재임할 때 어머니 수사나 히구치와 이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근래 대선후보로 떠오른 다수는 독재자의 딸들로 부친의 귄위주의적 이미지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박 전 대표와 페루의 후지모리 등을 언급했다. 이어 “태국의 잉락은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탈피한 대표적 사례”라면서 “그는 선거 과정에서 해외에 도피 중인 오빠의 인기 영합주의 색채를 완화하고 오빠의 부패와 무관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