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총리 정치위기에… 2007년 선거때 뉴스오브더월드 전 편집장 영입

입력 2011-07-10 18:55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자신이 공보 담당자로 영입했던 뉴스오브더월드 전 편집장 앤디 쿨슨 때문이다. 캐머런은 2007년 휴대전화 음성메시지 해킹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편집장에서 물러나 있던 쿨슨에게 손을 내밀었다.

쿨슨 영입은 정치적 목적 때문이었다. 쿨슨은 2007년 선거에서 보수당이 집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타블로이드 편집장 출신답게 유럽분리주의, 감세정책 등을 적절히 내세워 서민층의 인기를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간 더선이 보수당 지지로 돌아선 것도 쿨슨의 공으로 평가된다. 쿨슨은 올해 초 해킹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캐머런 총리는 8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에서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또 “그를 고용하면서 개인 회사에 조사를 맡기기도 했다”면서 검증을 거쳤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에도 여론은 냉랭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5년 전 쿨슨을 영입할 때 5분만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그가 결함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캐머런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패디 애쉬다운 전 자민당 당수도 “쿨슨을 임명하면 ‘끔찍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평소 적보다 동지들에게 더 관대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쿨슨이 체포된 이후에도 여전히 ‘친구’로 부르며 신뢰를 보내는 캐머런 총리가 들끓는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지도 관건이다. 영국 언론들은 현재 분위기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일로 캐머런 총리가 경제, 의료보험 및 연금 개혁, 이민자 문제 등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산적한 현안에 집중할 수 있는가 여부다. 캐머런 총리 입장에서는 야당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대중에게 호소력 있게 정책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