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자 살해사건 여파… 美·파키스탄 관계 악화

입력 2011-07-10 18:56

지난 5월 파키스탄 기자 살해사건이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를 다시 악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이 살해사건에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개입돼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합참의장까지 나서 이를 확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파키스탄 정부와 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의 보도는 사실상 정보당국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으로 보여 파키스탄 정보부를 옥죄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 ‘아시아 타임스 온라인’의 파키스탄 지국장인 시에드 살림 샤흐자드(40)는 파키스탄군과 알카에다의 커넥션 의혹을 보도한 지 나흘 만인 지난 5월 31일 자동차 안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다. 파키스탄 인권단체들은 샤흐자드 기자가 커넥션 보도 이후 ISI로부터 미행과 감시를 당했으며 협박까지 받았다고 배후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ISI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건 발생 한 달여 뒤인 지난 5일 복수의 미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 ISI가 살해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국방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 기사가 오보라고 할 만한 아무런 증거를 보지 못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어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ISI 개입설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와 군은 발끈했다. 정부 대변인은 멀린 합참의장의 발언을 “극도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군 대변인인 아타르 압바스 소장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NYT 기사는 “파키스탄 안보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며 “우리 국가를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계산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는 ISI의 권위와 힘을 해치려는 기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ISI 개입 의혹이 확산되자 이번 사건을 조사할 사법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사회도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미측의 ‘작심한 듯한’ ISI 개입 단정으로 그렇지 않아도 알카에다와의 내통 의혹을 받고 있는 ISI로서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측의 ‘의도적이고 확실한’ ISI 개입 주장은 미 당국이 파키스탄 정부에 ISI 내 알카에다 연계세력을 단호히 제거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와 군이 이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양국 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