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 후 순식간에 집 3채 흔적없이 사라져… 주말 덮친 폭우 피해 속출

입력 2011-07-11 00:28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장맛비에 의한 ‘물폭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대구는 하루 동안 내린 비의 양으로는 지난 9일의 강수량이 1998년 태풍 ‘야니’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하루에만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전북 군산에서는 주택과 상가 수십 채가 침수됐고, 낙동강 진동, 동촌, 구포, 삼랑진 등 4개 지점과 금강유역 유성(만년교) 지점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각각 홍수주의보가 발령돼 하구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국에서 주택 180여채가 침수되면서 3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전북=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남 순천·광양·보성·여수에서 4명이 숨졌다. 전남에는 최고 4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농경지 6893㏊가 물에 잠겼다.



순천IC에서 순천시내와 장흥 방면으로 진입하는 2번 국도가 이날 오전 발생한 산사태로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전주에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시간당 42.4㎜의 폭우가 쏟아져 오후 2시30분쯤 전주역 선로에 물이 차 전라선 무궁화호 열차가 3시간 동안 멈춰서 승객들이 1시간30분가량 열차에서 발이 묶이는 등 불편을 겪었다.

부산·대구·경남·경북=부산·대구·경남 지역에서는 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농경지 8207㏊가 침수됐다. 하천 둑은 28곳이 유실되거나 범람했다. 경남 밀양시 상동면 신곡리 양지마을에서는 산사태로 오모(68·여)씨와 손자(15) 손녀(4) 등 3명이 숨지고 금모(72·여)씨가 실종됐다. 산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했다. 주민 이갑순(64·여)씨는 “산 위에서 큰 소리가 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 물과 함께 흙더미가 마을을 휩쓸었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천동 팔거천 대동교 교각 부근에서 인근 거주 주민 최모(21)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지하철공사장 인부들이 발견했다. 경남 의령군 지정면 마산마을 배수로에서는 급류에 휩쓸린 전모(73·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 궁유면 다현리에서는 설모(71·여)씨가 논에 물꼬를 트러 나간 뒤 실종됐다. 부산 대저동 낙동강 살리기 사업 4공구 현장에서 21t급 모래 준설선이 급류에 휩쓸리면서 선장 강모(66)씨가 실종됐다.

충남·충북·강원·경기=이날 오후 4시10분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원수리 서모(81)씨의 주택 뒷산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서씨의 집으로 토사가 밀려들어 집안에 있던 서씨와 구모(80·여)씨가 매몰됐다.

충북에서는 9일 오전 4시16분 청원군 현도면 대청댐 보조댐 인근 하천에서 친구 4명과 야영하던 이모(19)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보은군 회인면 용촌리 피반령터널 입구로 토사가 쏟아져 2차로의 차량 통행이 3시간여 동안 제한됐다. 이날 충주시 이류면에서 논과 과수원 500~600㎡가 침수됐다.

대전에서는 하상도로가 통제됐고, 충남 논산시 계룡시 시가지 도로가 한때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서천·부여·논산군에서는 농경지 1143㏊가 침수됐다. 당진∼대전 고속도로 유성터널 진입로 인근에서는 토사가 유출돼 2시간여 동안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주금산 계곡에서 산악동호회원과 물놀이를 하던 조모(53)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순천·창원·대구·청주=장선욱 이영재 최일영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