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비은행권 주택대출, 서울의 최대 3배
입력 2011-07-10 18:38
지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방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서울보다 최대 2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주택대출은 서울과 지방 간 최대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에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냉각될 경우 서민들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의 예금취급기관 지역별 가계대출 통계에 따르면 올 1∼4월 서울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평균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산(13%), 인천(14%), 광주(12%), 대전(12%)은 서울보다 2배 안팎으로 증가율이 컸다. 대구와 울산만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각 6.5%, 6.8%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택대출로 국한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서울지역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증가율은 올 1∼4월 5% 수준이었지만 부산은 11%, 대전은 13%, 광주 9%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인천의 주택대출 증가율은 무려 18%대였다.
상대적으로 서민의 대출문턱이 낮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지방 주택대출 증가율은 기록적이다. 부산(29%), 광주(26%), 울산(23%)은 20%대 이상 대출이 급증해 역대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9%대인 서울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좋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구입능력지수(K-HAI)는 지난 3월 말 현재 136.2로 2006년 6월 말(136.1)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저다.
반면 부산의 주택구입능력지수는 3월 말 70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높다. 울산과 대전은 2년여 만에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수치가 하락할수록 도시 근로자의 주택 구입 부담이 줄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은행의 주택매매 통계에서도 서울은 올 들어 1∼5월 매매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0.0∼0.3%인 반면, 지방은 0.7∼1.7%로 크게 뛰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그동안 서울보다 지방의 부동산 가격이 덜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최근 분양이 활발해지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 “외부충격을 받으면 부동산 가격변동성이 큰 지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