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만 ‘무료’… 서민들, 은행수수료 차별에 더 서럽다

입력 2011-07-10 18:37


은행 창구나 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송금, 계좌이체 및 자동입출금기(ATM) 예금 인출 등 은행 서비스 수수료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더 높게 부과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금융당국의 조치로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자 서비스 조건이 강화되거나 폐지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서민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수수료 ‘무전유료?’=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 신한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이 창구에서 3만원을 같은 은행으로 이체할 경우 500∼1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타행이체 시엔 수수료가 면제되는 은행이 한 곳도 없고 수수료도 600∼3000원으로 훌쩍 뛴다. 서민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거액 이체’ 수수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수수료가 서민들이 아닌 VIP고객에게만 ‘공짜’라는 점이다. 그런데 수수료 수익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연구원의 ‘은행 수수료 현실화에 따른 경제적 취약계층 부담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수수료 수익은 2001년 2조1341억원, 2009년 5조571억원으로 2.37배 증가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월급통장이나 대출금이 있고 예·적금이 많은 고객에게 주는 혜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러한 수수료 차등화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 모바일뱅킹은 모든 은행에서 당행 송금수수료가 면제되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저학력 빈곤층이나 시골 노인 등은 창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재연 금융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호주처럼 국내은행도 경제 취약층에 대한 송금, 인출 등 기본적인 결제 관련 서비스를 일정 횟수만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예금계좌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 낮추랬더니 서비스 없앤다=카드사들은 지난 3월부터 일제히 체크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중소가맹점 2.0∼2.1%에서 1.0% 이하, 일반가맹점 2.0∼2.5%에서 1.5∼1.7%로 낮췄다. 신용카드보다 원가부담이 적은 것을 고려할 때 수수료율이 높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지출금액이 예금잔고로 제한돼 있어 서민 이용도가 높은 체크카드 관련 서비스는 하나둘씩 축소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술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우리카드는 10월부터 우리V체크카드 부가서비스 혜택 제공 조건을 이전 3개월 동안 30만원 사용에서 전월 20만원 이상 사용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농협도 내년 1월부터 OK캐쉬백 포인트 미적립 기준을 월 10만원 미만 사용 시에서 월 20만원으로 높였다. 비씨카드 제휴사인 기업은행은 12월부터 전기료결제 전용카드의 캐시백 요율을 인하한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종전 1%에서 0.7%로, 체크카드는 1.05%에서 0.75%로 각각 낮아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수수료율을 강제해서 인하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카드사들의 대응까지 조율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