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캄보디아 투자 4960억 찾아라”

입력 2011-07-10 21:3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근 부산저축은행 캄보디아 개발사업의 실체를 규명하고 투자된 4960억원의 행방을 쫓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대검 연구관을 캄보디아에 파견한 데 이어 김준규 검찰총장도 직접 캄보디아 검찰총장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 개발사업을 위해 차명으로 9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SPC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명목으로 나간 돈은 주로 현지에 세운 캄코뱅크를 통해 캄보디아 신도시(캄코시티) 개발사업(2986억원), 씨엠립공항 건립사업(1200억원), 고속도로 개발 등(710억원)에 투입됐다. 부산저축은행 전체 해외 투자금의 95% 규모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캄보디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산저축은행이 투자한 개발사업 사실상 중단됐고, 투자금 대부분이 사라진 상황이다.

검찰은 증발된 돈 중 상당액이 국내로 다시 유입됐거나, 제3국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수사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10일 “부산저축은행이 현지에 세운 법인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외국인 데다 현지 전산화 수준도 높지 않아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사퇴발표 이틀 전인 지난 2일 추온 챈타 캄보디아 검찰총장을 만나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7년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캄보디아를 방문할 때 동행했고, 2009년 캄보디아 현지에 직접 해동엔지니어링&건설을 세웠다. 검찰은 참여정부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박 회장이 캄보디아 개발사업에 개입하면서 부산저축은행과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중수부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2명을 비롯해 5명을 충원했다. 저축은행 수사가 막바지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캄보디아 자금 추적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해 국내에 있는 SPC는 물론 캄보디아 현지 법인인 월드시티, NSRIA까지 모두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관계자 소환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고, 어느 선까지 손댈지 함구하고 있다.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수뇌부 인사가 있을 때까지 수사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은 의혹을 제기하면 끝이지만, 검찰은 증거로 말해야 한다”며 “현재는 사건 실체 규명에 집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