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지원 줄이고, 직원 인건비 늘리고… ‘거꾸로 정책’ 복지부 맞나

입력 2011-07-10 21:24


정부가 내년도 복지예산을 편성하면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려고 하는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반면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 인건비와 우수공무원 포상 및 해외연수 비용 등은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도 예산 요구안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주거급여 사업비는 올해 예산 5986억5500만원에서 298억400만원(5%)이 줄어든 5688억5100만원이 책정됐다.

또 저소득층의 출생 및 사망 시 비용을 지원하는 해산·장제급여는 1억9800만원(1.2%)이 줄었고, 비수급 빈곤층이 본인 재산을 담보로 생계비를 대출받도록 돕는 생계비 융자 사업비도 6억5100만원(19%)이나 삭감돼 편성됐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218억원)의 경우, 정부의 내년도 예산요구안에는 아예 빠져 있어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장애인 자립자금 사업은 3억4000만원, 암검진 사업비는 11억4500만원, 희귀난치성질환자 지원 사업은 2억5600만원, 영·유아 검진사업은 1억2200만원, 외국인근로자 등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은 8억6000만원이 각각 줄었다.

정부는 또 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을 103만명으로 추산하고,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완화했으나 6만1000명에 대한 생계 및 주거급여 예산 746억8200만원을 책정하는 데 그쳤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복지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90여만명이 내년에 예산 지원 없이 살아야만 한다.

이에 비해 복지부 소속 직원들의 인건비와 각종 공무원 포상비용은 늘어 대조를 보였다. 직원 인건비는 134억3800만원(7%)이 인상됐고, 기초생활보장관리 사업 가운데 우수공무원 포상 및 해외연수 비용은 2700만원(13.6%)이 증액됐다. 각종 복지사업 관련 워크숍 비용으로도 29건, 20억2000만원이 책정됐다. 복지부는 이 같은 예산 요구안을 놓고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재정부에 기초생활보장예산(3814억7900만원)의 증액을 요구한 것도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액분의 대부분은 생계급여(1292억2100만원)와 의료급여 자치단체 경상보조비용(1874억4700만원)이다. 그러나 생계급여는 최저생계비가 3.5% 인상되는 등 물가상승이 반영된 것이고, 의료급여 자치단체 경상보조비용도 진료비 및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자연 증가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의원은 “기초생활 생계급여 대상은 올해 160만5000명이었으나 내년도 예산요구안에서는 157만명으로 오히려 3만5000명이 줄었다”며 “정부가 말로만 서민정책을 펴고 실제로는 취약계층을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