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서민복지 ‘모르쇠’… 7년간 기금 2.7배 늘었으나 투자 67% 줄어

입력 2011-07-10 18:24


고령화와 저출산 가속으로 복지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민들이 매달 내는 연금보험료가 재원인 국민연금기금은 복지부문 투자를 사실상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노후 대책을 위해 금융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 월별 통계’에 따르면 4월 현재 국민연금의 복지부문 투자금액은 1416억원으로 2003년 말(4397억원)과 비교해 67%나 줄어들었다. 이 수치는 국민연금 전체 기금(302조9142억원)의 0.04%에 불과하다. 사실상 복지부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운용지침에 따르면 복지부문에 대한 투자는 신규 여유자금의 1% 이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2.7배나 늘었다.

국민연금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복지부문 투자를 축소했다. 복지부문 투자 기금은 복지타운 건립, 보육시설 자금 대여, 생활안정 자금 대여 등 직·간접적인 분야에서 꾸준히 줄어들었다. 국민연금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장래 가입자가 될 어린이들과 육아 부담이 있는 여성들을 위해 복지사업을 해야 하는 줄 안다”면서도 “수익성 압박에 기금의 1%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신 금융부문 투자를 확대했다. 4월 현재 금융부문 투자금액은 301조7575억원으로 전체의 99.6%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국내 채권 투자는 줄이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주식과 국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고수익 운용에 치우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국민연금의 허술한 투자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 조짐은 거의 없어서다. 국민연금은 2009년에도 위탁운용사 부당 선정, 수익률 조작 등 13개 항목에서 무더기로 지적받았다.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복지가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대별 복지 수요 조사 등을 통해 수익성은 떨어지더라도 국민들이 보편적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