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지출 21배, 체감 ‘제자리’… 연평균 증가율 17.5%
입력 2011-07-10 18:23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를 망라한 복지지출 규모가 지난 19년 사이 21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약해 국민의 복지체감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경환 연구위원은 10일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의 총사회복지지출액은 2009년 129조6660억원으로 집계됐다. 1990년 6조510억원보다 21.4배 증가한 액수다. 연평균 증가율은 17.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실질 국민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5.4%)의 3배 이상이다.
총사회복지지출은 정부의 재정지출과 노령연금 등의 공공복지에 기업의 퇴직금과 사원복지 등의 법정·자발적 민간복지 지출액을 합한 것이다.
총사회복지지출에서 조세 부담을 빼고 조세 혜택은 더한 순사회복지지출 규모는 2009년 132조8750억원이었다. 관련 추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14년간 13.7%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사회복지지출 평균 증가율(13.3%)보다 높다. 이는 복지제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복지를 위한 국민의 조세 부담보다 조세 혜택이 더 컸다는 얘기다. 이런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멕시코밖에 없다.
이처럼 복지 지출이 급증한 것은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국민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가 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확대일로다. 노인돌봄 서비스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증가하는 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한국의 복지지출은 경제 규모에 비춰보면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총사회복지지출은 2009년 GDP의 12.17%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2007년도 OECD 평균치인 21.77%의 56%에 불과하다.
복지지출은 급증했지만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는 미흡하다. 사회복지지출을 통한 빈곤 개선율은 2009년 13.9%로 OECD 평균치인 149%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의 복지제도가 그동안 개개인의 실생활 보조에만 신경 쓰고 소득재분배 같은 사회구조 개선은 등한시했다는 방증이다.
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당면 과제는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제도를 개발하고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정부 차원의 공공복지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조세 부담과 서비스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