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웨딩마치 11쌍 ‘행복의 눈물’… 다문화가정 등 때 놓친 부부들 무료 합동결혼식
입력 2011-07-10 19:01
9일 오후 5시 서울 상암동 KBS미디어센터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열렸다. 혼례를 치르지 못한 11쌍의 부부가 뒤늦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드라마 촬영장이 아니었다. 형편이 허락하지 않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던 부부들은 이번에 무료 합동결혼식을 올리고 정상적인 가정을 이뤘다.
신부는 대부분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으로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 7개국 출신이다. 신랑은 경기도 안산 지역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다. 이들은 모두 오래 전에 만나 동거하며 아이를 1∼2명 낳고 사는 다문화가정이다.
이날 합동결혼식은 ㈔지구촌가정훈련원(지가원)이 주최하고 글로벌리더스포럼이 주관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입장한 부부 등 저마다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성우 권희덕씨의 사회로 사랑의열매 박성준 사무총장이 주례를 하고 KBS 김인규 사장, 지가원 이희범 원장, 배종호 글로벌리더스포럼 대표가 각각 축사를 맡았다.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는 만큼 기쁨도 남달라보였다. CCM 가수 주리양이 축가를 부를 땐 약속이라도 한 듯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300여명의 하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40대 한 부부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도 자격증이 필요한데 일생을 좌우하는 결혼을 무면허로 지낼 뻔했다”면서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앞으로 4주 동안 부부생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새로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가원은 지난 2일 서울 잠실동 월드비전교회(오영택 목사)에서 6쌍의 부부에게 웨딩마치를 울려줬다. 올 하반기까지 100쌍, 내년에는 200쌍에게 면사포와 턱시도를 입혀줄 계획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