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 성인도 예외 아니다… 직장인 10명중 6명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
입력 2011-07-10 18:09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왕따’와 ‘기수열외’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노인이 늘고 있다. 군대와 학교에 국한됐던 집단따돌림 문화가 모든 연령대로 확산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불황과 사회안전망 부실 등 사회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집단의 다수가 약자에게 분노,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성인 왕따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피해자의 상처가 더 크기 때문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제목이나 키워드에 왕따를 포함한 카페가 3800여개 검색됐다. 집단따돌림을 당한 성인의 글도 많았다. 직장인 A씨(29)는 “지병으로 입사가 늦어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 왕따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적었다. B씨(32)는 “또래집단에만 가면 미운 오리새끼가 된다”면서 “직장 동료들이 나만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썼다.
입사 4년차인 C씨(32)는 “회사 동료들이 결혼식이나 사적인 모임에 나를 초대한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후배들까지 선배 대우를 하지 않을 때는 미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취업정보 회사가 올 2월 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직장 내 따돌림을 경험·목격했다고 답했다. 그 가운데 42.3%는 본인이 직접 따돌림을 당했다고 했다.
왕따 문화는 노인 사이에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행위자의 30% 이상이 노인이다. 노인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일부 경로당에서 2000∼3000원인 월 회비를 내지 못하는 노인의 출입을 금하거나 자식에게 문제가 있는 노인을 따돌리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인 집단에서의 따돌림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인은 소속감 박탈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표현도 쉽지 않아 청소년에 비해 심리적 충격이 더욱 크다”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인층의 정서적·심리적 문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성인 왕따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교 내 따돌림은 학칙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지만 성인의 경우 매우 은밀히 진행되고, 현실적으로 형사처벌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승욱 전웅빈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