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 특임대사 “평창의 첫 도전은 내부 방해로 실패…진실 밝힐 것”
입력 2011-07-10 21:46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과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이와 관련된 사건을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기겠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 특임대사를 맡아 유치를 이끌어 낸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회다. 김 전 지사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만든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놓치는 절통스러운 순간이 있었다”며 “첫 번째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데 조직적 방해로 무산된 이유는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2003년 7월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정하는 1차 투표에서 51표를 얻어 캐나다 밴쿠버(40표)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16표)를 크게 앞질렀으나 2차 결선투표에서 53대 56으로 아깝게 탈락했다. 이튿날 열린 IOC 부위원장 선거에서 김운용 전 IOC 위원이 당선됐고, 전북도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면서 조직적인 방해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주앙 아벨란제(브라질) IOC 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의 출마를 예견하고 “부위원장 당선과 동계올림픽 유치를 다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전 지사와의 일문일답.
-큰일을 치르느라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승리를 낙관했었나.
“상당히 초조했다. 유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과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2번이나 실패를 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명상 기도를 드렸다. 유치활동을 위해 유럽과 중남미 국가를 방문할 때면 인근에 있는 기독교 성지에 들러 간절히 기도했었다.”
-우리나라에는 동계스포츠에 대한 저변이 협소한데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엄청난 투자비로 인해 ‘승자의 저주’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본격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상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국력과 국민 의식수준이 한 단계 신장됐었다. 마찬가지로 평창 동계올림픽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제2의 도약’을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동계스포츠의 저변도 그만큼 확대될 것이다.”
-빚더미에 오른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는 하루 금융이자만 8000만원이나 된다.
“언론이 지적하는 알펜시아리조트 문제는 미분양만 해소되면 해결된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만큼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 사실 알펜시아리조트는 이번 유치전의 1등 공신이다. 그동안 외신들은 평창을 ‘유령도시’라고 폄하하면서 실물은 하나도 없이 허허벌판에 계획만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알펜시아리조트를 통해 인프라 확충 약속을 실천했고, 이 같은 노력이 IOC 위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언을 해 달라.
“IOC와 정부, 국회, 강원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올림픽조직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동계올림픽을 치를 평창군과 강릉시를 특구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
-향후 활동 계획은.
“특임대사의 활동이 끝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당분간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면서 행정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싶다. 지난해 10월 재단법인 ‘예술문화생태세상’을 조직했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은 문화와 예술, 환경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앞으로 다양한 연구 성과로 온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