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왕자씨 피격 3년, 北 결자해지를
입력 2011-07-10 18:00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지 만 3년이 됐다. 현 정부 출범 초기에 불거진 이 사건의 여파로 이튿날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재개의 실마리를 전혀 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일관되게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관광객 신변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측은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에겐 박씨의 갑작스런 죽음이 큰 상처로 남아있다. 현대아산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사업축소에 따라 직원 수도 70% 수준으로 줄었다. 금강산으로 가는 관문인 강원도 고성에서도 매년 큰 손해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한 남북 양측의 기회비용 상실은 천문학적 규모다.
박씨의 죽음에 북한 당국은 지난해 2월 실무회담에서 미온적이긴 하지만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이 사건이 “본인의 불찰에 의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어쨌든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8월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그의 특별조치에 따라 모든 관광 편의와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보도문을 발표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의 유감 표시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현 회장을 매개로 한 약속만으로는 국민 신변을 담보하기 어렵다. 더욱이 북측은 최근 금강산 관광 독점권 효력 취소와 자산 정리로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 자산 정리 문제를 논의하러 오라는 요구에 응했던 우리 당국은 민간과의 협의만 고집하는 북한 태도에 막혀 철수했다.
천안함·연평도사건 등이 생기면서 금강산 문제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역으로 복잡하게 얽힌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 박씨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의를 갖고 북한 관광을 나섰던 평범한 남한 주부의 죽음에 결자해지의 태도로 임하는 게 대화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