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초대석-이삼열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 이사장] “한국교회, 아프리카 기독교대학 살리기 나서야”

입력 2011-07-10 17:49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기사협) 이삼열(70·현대교회 장로) 이사장이 요즘 아프리카 사랑에 푹 빠졌다. 그는 숭실대 교수, 참여연대 초대 운영위원장,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 및 실행위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 위원장, 한국철학회장 등 굵직한 직책을 두루 거쳤다. 그런 그가 아프리카를 남다르게 여기게 된 건 최근 3주간 콩고와 르완다 등지를 방문하면서부터다.

“선교사들이 세운 아프리카 기독교대학들이 턱없이 부족한 교수 요원 때문에 파행을 겪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콩고민주공화국 내 기독교대학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에서 교수들을 초빙해 한 달씩 강의하게 합니다. 문제는 이들 교수가 떠나면 학생들이 다음 강의까지 2∼3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대학도서관을 살펴보니 영문서적이 20여권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그는 아프리카 기독교대학을 살리기 위해 ‘발품’을 팔 준비가 돼있다. 콩고와 르완다 기독교대 교수요원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1년간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국내 은퇴교수 또는 안식년 휴직교수들을 1년간 콩고와 르완다에 파견, 양질의 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했다. 은퇴 교수들로부터 전문서나 교양서 등을 기증받아 현지에 보내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선교사들이 교육을 통해 인재들을 양성하고 사회를 계몽한 결과입니다. 이화여대 숭실대 한동대 등 기독교대학이나 뜻있는 독지가들이 1년에 아프리카 현지 교수요원 10명과 한국인 교수 10명씩을 지원할 수 있다면 이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 및 재단들을 찾아다니며 ‘구걸’까지 해볼 작정입니다.”

이 이사장은 “현재 독일개신교개발협력처(EED)로부터 아프리카 대학발전을 위해 재정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낸 상황”이라며 “될 수 있으면 한국 크리스천들이 거룩한 부담감을 갖고 이 일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생 후반전을 아프리카 교육의 선진화에 뛰어든 것은 ‘행동하는 사회철학자’로 불리는 그의 이력과 맞닿아 있다. 서울대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거쳐 크리스천 아카데미 간사로 활동하면서 고 강원용 목사로부터 기독교가 사회 속에서 어떤 일을 감당해야 하는지 트레이닝을 받았다. WCC 장학금을 받아 1968년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유학하면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설립해 조국의 민주화운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같은 전력으로 박사학위를 마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제5공화국이 들어선 뒤에야 숭실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할 수 있었어요. 귀국한 뒤 국가기관에서 10일간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원래 꿈은 아버지(이성찬 목사)의 뒤를 이은 목회자였다. 이름 ‘삼열’은 ‘사무엘’ 선지자에서 따 온 것이다. 50년대 말과 60년대 초 암울한 시대 상황을 놓고 고민하던 중 사회를 더 깊이 알고 기독교적 해결책을 찾고 싶어 철학을 전공한 게 천직이 됐다.

“철학을 목회자가 되기 위한 예비과정으로 여겼습니다. 대학생 시절 스코필드 선교사가 인도하던 영어성경공부 모임에도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실제로 장신대 대학원에 입학한 적도 있어요. 그러나 철학 공부를 마무리하려다 보니 결국 목회자가 되지 못했어요. 지금도 목회자가 되지 못한 걸 늘 짐처럼 여깁니다. 늦은 나이에 아프리카를 사랑하게 된 것도 이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이 이사장은 최근 한국교회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상대적으로 교회가 부자가 되면서 본질을 잃어버렸습니다, 물량주의, 성장주의, 축복주의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 아닙니다. 의를 위해 핍박을 받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해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본질을 회복하면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에큐메니컬 운동가로서의 고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WCC총회를 유치해 놓고도 한국 측 준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어요. 이 문제로 에큐메니컬 선배들이 모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WCC 총무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자리(한국 측 내셔널 코디네이터 등)에는 격에 맞는 사람이 들어가야 합니다. 진정한 ‘내려놓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 이사장은 “WCC 관계자 사이에서 과거 인도네시아에서 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현지 사정으로 인해 아프리카 케냐로 옮긴 사례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간다”면서 “세계 에큐메니컬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