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노래의 꿈’ 지원 나선 뮤지컬 스타… ‘청춘합창단’ 보컬 트레이너 임혜영
입력 2011-07-10 17:36
KBS 2TV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방송되는 ‘남자의 자격(남격)’이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96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구성하는 ‘청춘합창단’을 통해서다.
합창단 오디션은 지난 3일부터 2주에 걸쳐 방송됐는데, 시청자들은 지원자들의 절절한 사연에 연신 눈물을 훔쳐야 했다.
가령 한 50대 아주머니는 아들을 잃은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노래했다. 한 할아버지는 아내가 세상을 뜬 뒤 자신을 걱정하는 자식들을 위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여든이 넘었지만 음정을 맞추려고 혼신을 다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같은 합창단 포맷으로 선풍적 인기를 일으킨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을 뛰어넘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보컬 트레이너로 영입된 예쁜 20대 여성이 눈길을 끌었다. 뮤지컬 배우 임혜영(29)이었다. 그는 등장과 함께 ‘뮤지컬계의 신민아’로 명명됐다.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박칼린이 ‘남격’에서 일으킨 신드롬을 이번엔 임혜영이 재연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임혜영을 만났다. 브라운관에서 보던 것처럼 참하고 앳된 모습이었다. 우선 ‘뮤지컬계의 신민아’로 불리는 소감을 묻자 “신민아씨한테 미안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TV를 보고 (동료 뮤지컬 배우인) 송창의 오빠가 문자메시지로 막 놀리는데 진짜 창피했어요. 조금이라도 제가 신민아씨를 닮았으면 덜 민망했을 텐데 하나도 안 닮았잖아요(웃음).”
합창단은 오는 9월 KBS가 주최하는 전국합창대회 출전을 목표로 한다. 약 3개월의 연습 기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합창단원이 모두 중장년층이다 보니 20대인 임혜영 입장에서는 ‘보컬 트레이닝’을 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는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딸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제가 외동딸이라 그런지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는 걸 유독 좋아했거든요. 딸처럼 애교도 부리면서 서로 진심을 나누고 싶어요.”
트레이너로서 오랫동안 자기 방식대로 노래해온 참가자들을 상대로 ‘합창 발성’ 등을 익히도록 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뮤지컬을 하면서 내 마음이 진심이면 언제든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배웠거든요. 아름다운 소릴 내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더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노래하는 사람의 감정,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오디션에서도 그걸 느꼈고요.”
강원도 강릉 출신인 임혜영은 성악가 조수미가 좋아 음악을 공부하게 됐다. 대학(숙명여대 성악과 01학번)에서도 성악을 전공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성악 자체에 답답함을 느끼게 됐고, 2006년 뮤지컬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2009년엔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 뮤지컬어워즈 여우신인상을 휩쓸었다. 현재도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 중이다.
그는 ‘남격’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합창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어르신들이 낸 지원서를 보면 하나 같이 ‘내 인생 마지막 도전이다’ ‘삶의 재미나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는 글귀가 있어요. 우리 주변에 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전국 각지에서 합창단에 참여하게 되면 좋겠어요. 음악, 나아가 합창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거든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