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여름에 하면 재발률 낮아진다
입력 2011-07-10 17:35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을 경우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보다는 여름철이 사망 및 재발 위험을 줄여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이정원 김희정 교수팀은 “유방암 환자들의 사망률과 재발률을 수술 시기에 따라 추적 관찰한 결과,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피부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진 자외선 B가 유방암 수술 환자의 사망률과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기간도 연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한국유방암학회지 ‘저널 오브 브레스트 캔서(JBC)’ 최신호에 게재됐다. 유방암은 국내에서 갑상선암에 이어 여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김 교수팀은 1989년 7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유방암 진단과 함께 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1만1433명을 추적 관찰했다. 일조량, 즉 자외선 B에 노출된 절대시간 또는 절대량이 체내 비타민 D 합성 수치를 증가시켜 유방암 수술 후 재발률과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유에 많은 비타민 D는 우리의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면 햇볕 속의 자외선 B를 받아들여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필수 영양소로 뼈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항암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세드릭 갈랜드 교수팀이 미국과 유럽 지역 15개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는 비타민 D의 이런 작용을 확인한 연구논문 중 하나다.
갈랜드 교수팀은 2007년 9월 영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트리션 리뷰(Nutrition Reviews)’에 “혈중 평균 비타민 D 수치가 증가할수록 대장암과 유방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타민 D 함유 식품 섭취와 더불어 매일 10∼15분 정도 태양광선을 쪼이는 것만으로도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고해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조량에 따라 연중 자외선 B가 가장 많이 방출되는 시기인 5∼10월 중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을 1군, 상대적으로 자외선 B 노출이 적은 11∼4월 중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을 2군으로 나누고, 이들의 사망률과 재발률을 각각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햇볕을 쪼일 기회가 많았던 1군의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2군 환자들의 평균 사망률(재발률 포함)은 각각 0.984%, 0.997%로 분석됐다. 일조량이 많은 1군의 사망률(재발률)이 일조량이 적은 2군에 비해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0.013% 포인트 낮게 나타난 셈이다.
이는 수술 후 햇볕을 쪼일 기회가 많았던 계절에 유방암을 절제한 환자들이 그만큼 자외선 B 노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항암작용을 하는 체내 비타민 D 합성 수치도 높고, 그 덕분에 겨울철 전후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들보다 생존기간을 더 연장시킬 수 있었다는 뜻이란 게 김 교수팀의 해석이다.
김 교수팀은 앞으로 대상자 수를 더 늘리고, 경도는 같지만 위도가 다른 국내 남북의 두 지역에 거주하는 유방암 수술 환자들의 사망률과 재발률을 비교하거나 사무직과 농부처럼 일조량에서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두 직업군의 경우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