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작무 대제전’ 무대 위, 우리 춤 면면한 역사가 펼쳐진다

입력 2011-07-10 17:25


비보잉 퍼포먼스와 발레가 대중화에 성공해가는 요즈음, 한국무용은 전통과 계승의 향방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근대적 전통이 확립된 시기부터 헤아려도 어느덧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한국전통문화연구원이 14∼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최하는 ‘한국 명작무 대제전’은 한국무용의 예술적 전통을 한자리에 총망라한 무대다.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대가들을 비롯해 170여명의 춤꾼들이 펼치는 46개의 작품이 사흘 동안 관객들을 찾아간다.

◇최승희, 한영숙, 김백봉…한국 춤의 봉우리들=우리 춤의 역사는 어디서부터일까. 서구의 충격이 사회·문화 전 분야에 침투되던 20세기 초, ‘신무용’이라는 사조로 한국 근대 춤의 역사를 시작한 최승희(1911∼67)와 조택원(1907∼76)은 특히 걸출한 산맥이 되어 남아 있다. 이 외에 ‘승무’와 ‘살풀이’를 안무한 한영숙(1920∼89), 순종황제의 마지막 악사로 유명한 종묘제례악 해금·일무(佾舞) 기능보유자 김천흥(1909∼2007) 등이 우리 근대 춤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한국명작무대제전’은 이들이 남긴 유산을 볼 수 있는 무대다. 한국무용의 현존하는 대부와 대모라고 할 수 있을 김백봉·이매방의 춤도 스타 무용수들의 몸을 빌려 무대에 오른다.

대가들의 춤을 재현할 무용가의 면면 역시 화려하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김문숙 서울춤아카데미 회장이 조택원의 ‘가사호접’(14일), 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강선영류 한량무(16일)를 선보인다. 임이조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허튼살풀이춤(16일)을, 박재희 청주대 무용과 교수는 한영숙류 태평무(15일)를 선사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 학연화대합설무 보유자인 이흥구 선생(14일),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보유자인 김중섭 선생(15일), 김말애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15일) 등 한국 무용을 대표하는 대가들이 대거 무대에 선다.

◇춤의 역사 흐르는 무대=이 무대는 1900년대 이후 확립된 우리 춤의 전통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이다. 스승에게서 제자로 면면히 내려져온 춤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무대다. 이를테면 김백봉은 식민지 조선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수제자이고, 이번에 ‘섬광’을 선보이는 안병헌은 그 김백봉의 제자다. 이매방은 할아버지 이대조에게서 춤을 배웠다.

말로만 듣던 대가들의 춤사위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무용 사상 최초로 악보가 현존하는 조택원 안무의 ‘가사호접’,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춤으로 옮긴 ‘사랑가’, 최승희가 남긴 전설적인 작품 ‘여인화사’(장고춤)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대가들의 오래된 레퍼토리 뿐 아니라 김말애 박진희 등 창작무용가들의 안무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무용가의 주어진 인생을 굴레로 받아들이는 딸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 ‘굴레’(김말애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15일), 황진이와 서경덕의 얽히고설킨 인연은 그린 ‘운명의 끈, 그 씨줄과 날줄’(상명한오름무용단·15일) 등이 현대와 전통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한 창작품들이다.

공연을 총기획한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원장은 “반세기 남짓 우리 춤을 답습하며 남은 주옥같은 명작이 스승의 타계로 맥이 끊어지고 일회성 공연으로 사라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많았다”며 “이번 무대가 우리 춤의 보존과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은 2만∼10만원. 공연은 14·15일은 오후 3시와 오후 7시30분, 16일엔 오후 2시와 오후 6시 등 매일 두 번씩 열린다. 자세한 일정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