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건달들’ 주연 정선아 “나 자신 고갈될 때까지 무대에 설 것”

입력 2011-07-10 22:11


“이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저도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아요. 아직은 무대에서 배울 게 많아요. 전 아직 고갈되지 않았거든요. 고갈될 때까지 무대에 있고 싶어요.”

지난 3일 뮤지컬 ‘모차르트’의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일주일 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아가씨와 건달들’의 연습에 돌입했다는 뮤지컬 배우 정선아(27·사진)는 에너지가 넘쳤다. “어떻게 체력이 되네요. 조금 피곤하긴 해요(웃음).”

더블·트리플 캐스팅이 일반적인 뮤지컬 시장에서, 주연이면서도 언제나 ‘원캐스트’(하나의 역에 한 명만 캐스팅하는 것)되는 정선아는 희귀한 존재다. 그는 “제작하시는 분들이 믿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했고 지난해 암네리스 공주 역을 맡은 뮤지컬 ‘아이다’로 뮤지컬계의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아이다’는 정선아의 이력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였다. 주연을 맡은 옥주현의 존재감을 위협했고, 팬들에게는 뚜렷이 자신을 각인시켰다. ‘모차르트’에서는 모차르트의 연인이자 아내인 콘스탄체 역을, 8월부터 공연되는 ‘아가씨와 건달들’에선 선교사 사라 역을 맡았다. 이지나 연출은 ‘아가씨와 건달들’의 캐스팅 과정에서 ‘사라 역은 정선아 아니면 안 된다’며 그를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겸손했다.

“제가 한 게 (10점 만점에) 5∼6 정도 된다면 나머지 4는 남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결과에요. 저는 늘 그랬어요.” “음….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JYJ 준수씨 상대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그 때 팬이 많이 늘었어요.”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제작자가 모험을 한 결과였고요.”

어린 나이에도 경력은 이미 10년차. 또래의 스타들이 방송 영화 등으로 외도하는 동안 그는 한 길만 걸어왔다. 노래, 연기, 춤, 외모 등 스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췄는데 단번에 ‘뜰 수 있는’ 대중매체로의 진출에 마음이 동한 적은 없었을까.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한텐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의지가 있으니까요. 저는 무대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뮤지컬 배우라는 게 자랑스럽고요. TV처럼 많은 대중이 보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한 번 해봤는데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 인기를 끈 경험 없는 배우들이 단번에 뮤지컬 주연을 꿰차는데 배우로서 불만은 없느냐’고 물으니 “너무 싫어요”라는 답변이 곧장 돌아왔다.

“색안경을 끼게 돼요. 그렇게 캐스팅된 배우나 가수들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고 말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런 경우 기존 배우들과 융화돼서 즐겁게 하는 모습을 많이 못 봐서…. (옥)주현 언니와 (JYJ의) 김준수씨는 성실하게 너무나 열심히 해서 예외였지만요. 하지만 ‘이 사람을 왜 캐스팅했을까’ 싶은 경우가 많았어요.”

그는 아직도 20대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니 뜻밖에 “봉사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제가 받은 재능을 봉사하는 데 쓰고 싶은 사명감이 커요. 아마 신앙심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