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선 미소천사인 당신, 회사에선 왜?… 상사에게 혼났던 나쁜 기억, 현실과 분리시켜야

입력 2011-07-10 17:54


“직장에 나가서도 교회에서처럼 웃는 얼굴로 지내세요?”

교회에서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직장에서는 상사 험담, 동료와의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6일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NLP컨설팅센터 강종우(58·지구촌교회 집사) 대표가 기자에게 위와 같이 물었을 때 기자는 선뜻 “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직장내 스트레스 관리 전문가 강종우 지구촌교회 집사

“크리스천이라면 일터에서도 교회에서 못지않게 감사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겠죠. 마음은 굴뚝같은데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바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지요.”

강 대표는 신경 언어학 프로그래밍(NLP) 기법을 이용한 스트레스 관리·조절 분야의 전문가다. 특히 직장인 교육을 주로 해 왔는데 최근에는 서울신학대,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 등에서 목회자와 평신도를 대상으로 강의를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 대표는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에 함몰되기 전에 그 성질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현재 상황보다는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상사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은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그 상사를 대할 때마다 주눅이 들도록 만듭니다. 자신감이 없으니 실수를 반복하고 또 혼이 나는 악순환이 일어나죠. 동료에게 상사의 험담을 일삼게 되는 것은 그 스트레스에 짓눌리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조절은 나름의 훈련이 필요하지만 강 대표는 간단한 적용 방법 하나를 소개했다. 눈을 감고 무의식에 저장된 부정적인 기억(상사로부터 혼났던 경험)을 카메라로 찍어 액자에 담는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액자를 바닥에 놓고 건물 1층에서부터 꼭대기 층까지 차례로 천천히 올라가며 바라보는 상상을 하라고 했다.

“액자가 점점 흐릿해지다가 결국은 보이지 않겠지요? 그런 식으로 부정적 기억을 현실과 분리시키는 훈련을 해 보세요. 지금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겁니다.”

강 대표는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은 최근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임원들 앞에서 발표할 때 실수를 해 망신을 당한 이후 발표 때마다 불안 증세를 보였던 모 연구소 직원이 이 ‘분리’ 훈련을 한 뒤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직장인들이 도움을 받고 감사를 표해 올 때면 이 직업이 소명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 스스로가 ‘신앙인’과 ‘직장인’으로서 불일치 문제를 크게 고민한 경험이 있고, 그 때문에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사회에 나가면 그리스도의 인격을 나타내는 직장인이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과중한 업무, 잦은 술자리, 동료와의 경쟁 속에서 3년간 직장 생활을 하니 불평불만만 남더라고요.”

주일 예배 때 마음을 다잡아도 회사에만 가면 원상태로 돌아갔다.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어도 자꾸 미운 동료, 업무에서 실수했던 생각만이 떠올라 괴로웠다. 그러다 “신앙인다운 직장 생활을 삶으로 실천하려면 누군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는 대학에서의 심리학 전공을 살려 그룹 연수원으로 이직했고, SK(당시 선경)와 LG 그룹 연수원에서 직장 내 리더십 및 커뮤니케이션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했다. 특별히 스트레스 부분에 관심을 가지다가 2001∼2003년 미국에서 NLP 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대기업 사원 연수에 NLP를 적용시켰고 수많은 기업과 대학교, 교회 등에서 강의를 해 오고 있다.

“제가 스트레스 관리법을 열심히 강의하는 이유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 잡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기독교적인 문화이고 하나님이 바라시는 세상이니까요.”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