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미 FTA 국회’ 험로 예고

입력 2011-07-08 21:13

하반기 국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정치권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 2차 회의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비준안 상정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의는 무의미하다”며 “민주당이 상정 일정에 먼저 동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해 한국 국회가 비준안을 (상임위에서) 강행처리했음에도 미국 의회는 행정부를 압박해 재협상을 이끌어냈다”며 “미 의회가 처리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형평성을 잃은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제출 자료를 통해 “한·미 FTA에 소위 독소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독소조항 주장은 한·미 FTA라는 사과에 독칠을 해 못 먹게 하려는 시도”라며 야당의 FTA 반대 논리를 공격했다.

회의에선 2010년을 기준으로 재작성한 한·미 FTA의 경제성 효과 분석 자료가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조만간 정부 자료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은 매주 금요일 오전 회의를 열기로 했다.

오후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FTA 저지 야당공동기획단 2차 회의가 열렸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고 관련 연구를 위한 정책위원회를 꾸렸다. 기획단은 한·미 FTA 독소조항 철폐를 위한 재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여·야·정 협의체에 이런 정신을 충분히 반영토록 한다고 합의했다.

이어 외통위에서는 한·미 FTA 공청회가 열렸다. 하지만 한·미 FTA 반대진영이 공청회를 ‘보이콧’해 찬성쪽 전문가만 참석했다. FTA에 반대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은 국회 기자실을 찾아 “공청회는 결론이 없는 상황에서 토론하는 것인데, 8월 처리를 전제로 하는 만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이날 민주당 손학규 대표, 자유선진당 변웅전 대표 등을 예방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부탁했다.

한편 미 상·하원은 현지시간으로 7일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3개국 FTA 이행법안 초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FTA 이행법안 초안이 채택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FTA 이행법안을 공식 제출하게 되고 의회는 신속무역촉진법에 따라 내용수정은 하지 못한 채 90일 안에 표결로서 승인 또는 거부만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실직 노동자 지원제도인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법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견 때문에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시킨 법안 초안이 서로 달라 8월 비준동의 및 발효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김원철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