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부풀리고 삥땅 처리해”… 공직 감찰 1주일 만에 관행적 비리 봇물

입력 2011-07-08 18:36

#“과장님요. 부서 운영비가 다 떨어져서예, 이 계장과 김 주임 출장 보낼라캅니더. 사인해 주이소.” “이거 갖고 되겄나? 출장 인원을 3명으로 늘리고, 출장비 나오면 삥땅 처리해라.”

대구 달성군청 공무원 30명이 수년간 출장비를 몰래 빼돌려 회식비와 부서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8일 허위로 출장신청을 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달성군청 A국장 등 16명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하고, 14명을 입건 유예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3년 동안 출장비 명목으로 1인당 월 40만원씩 모두 1억2000여만원을 허위로 청구해 국민의 세금을 빼돌렸다.

#“나 서울의 김 과장이오. 거기 ○○콘도가 여름 피서지로 인기라는데, 예약 좀 해주소. 가족이랑 기차 타고 갈 테니 2박3일간 쓸 차를 한 대 렌트해주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입주한 B부 감사관실은 최근 한 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콘도와 차량 렌털을 강요했다는 제보를 받고 감찰에 나섰다. 제보에 따르면 이 공무원은 유명 관광지를 관할하는 지자체 공무원에게 올해 여름휴가 기간 동안 60만원 상당의 콘도 숙박권과 차량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업무적으로 알게 된 지자체 공무원에게 휴가 때 숙식을 요구하는 뿌리 깊은 관행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1일 대대적인 공직감찰이 시작되면서 공무원들의 관행적 비리와 병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출장비를 부풀리거나 아예 허위로 출장비를 타내 착복하거나 직무를 이용해 민원인들로부터 뒷돈을 뜯어낸 공무원들이 철퇴를 맞았다.

부산경찰청 수사2계는 상수도요금을 낮춰주고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부산상수도사업본부 김모(53·7급)씨와 김씨의 형(61)을 구속하고, 김씨의 매형 박모(68)씨와 또 다른 공무원 이모(50·8급)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04년 2월부터 최근까지 계량기를 조작해 장림동 일대 찜질방과 목욕탕 등지에서 51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씨는 아예 검침부를 마음대로 작성해 관리 업소 4곳의 요금을 줄여주고 320만원을 뜯어냈다.

전남 나주에서는 공무원들이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나주경찰서는 지난 7일 속칭 고스톱 도박을 한 혐의로 나주시 이모(59·4급) 국장과 김모(58·5급) 과장, 계장급(6급) 공무원 3명 등 모두 5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11시50분쯤부터 경찰이 급습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나주시내 모 식당에서 점당 300원에 판돈 41만원을 놓고 고스톱 도박을 했다. 경찰은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식당을 급습, 이들의 도박 사실을 확인했다.

공직 비리에 대한 처벌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건축허가 부서에 근무하는 C씨(5급)와 D씨(6급)는 건축업체로부터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제주도 등지서 모두 4차례에 걸쳐 200만원 상당의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최근 해임됐다.

황일송 기자, 대구=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