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海病’될라… “병영악습 뿌리 뽑으라”

입력 2011-07-08 18:35


해병대 긴급지휘관 회의

8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해병대사령부 지하 상황실에서 열린 긴급지휘관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회의는 지난 4일 발생한 인천 강화군 해병대 해안경계부대 총격사건으로 사망한 장병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침통한 목소리로 “최우선 과제로 병영 저변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악·폐습을 반드시 뿌리 뽑으라”고 주문했다. 유 사령관은 “더는 해병대의 전통과 전우애, 전투정신, 단결심이 잘못된 병영악습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해병대 전통과 전우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조직의 단결과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점검하자 상황실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해병대는 지난 4월 장병들을 대상으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대책을 포함한 병영문화 혁신계획을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또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 척결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인사참모처장의 보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나 증가한 205건에 달했고, 영내 폭행 및 성(性)군기 사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병대는 기수열외와 같은 악습을 뿌리 뽑고 인간중심의 선진 병영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병영생활 119’ 제도를 운영해 신세대 장병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영혼은 있으나 생각이 없는’ 로봇형 해병 양성을 지양키로 했다. 또 ‘졸병은 말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됐으며 사령부와 1·2사단 사령부,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 포항 교육훈련단과 상륙지원단 지휘관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군 검찰은 이날 전 해병대 부사령관 홍모 소장을 무고와 상관명예 훼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모 소장도 유낙준 사령관이 진급로비를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달 20일 기소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