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사건 공범 정이병, 신학대 다니던 독실한 기독인

입력 2011-07-08 18:35

해병대 총격사건의 공범으로 구속된 정모(20) 이병은 신학대학을 다니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정 이병의 미니홈피에는 성경 구절이 가득했다. 그는 지난 1월 미니홈피에 지인 55명의 기도명단을 남긴 뒤 “기도를 요청하실 분이 계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기도 제목을 나눠주신다면 매일매일 기도해 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정 이병 지인들은 그가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 웃음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의 작가지망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정 이병은 입대 직전 자신이 활동하던 창작소설 카페에 ‘죽기 전에 꼭 남기고 싶은 말’로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하며 사랑해서 죽고, 사랑하게 된다”는 문장을 썼을 정도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에는 남다른 애국심과 해병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했고, 태권도와 수영을 익히는 적극성도 보였다.

정 이병은 그러나 입대 6개월 만에 상관과 동료를 살해한 공범으로 구속될 만큼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반년 동안 그의 인성을 파괴하고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것은 선임들의 따돌림과 가혹행위 같은 해병대 내 악습이었다.

실제 독실한 신자였던 정 이병은 종교적으로 심한 모욕을 당했다. 정 이병은 갖가지 구타와 가혹행위에도 시달렸다. 결국 그의 마음속에 자리하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모두 죽이고 싶다’는 분노로 변해 버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