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권 ‘박근혜 대세론’에 연일 시끌 왜?

입력 2011-07-08 22:01


친이 “대세 믿다간 낭패”… 친박 “흠집내서 판 흔드나”

‘7·4 전당대회’를 치르며 권력추의 이동을 겪은 한나라당이 연일 ‘박근혜 대세론’으로 시끌시끌하다. 홍준표 대표가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방해만 없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게 확실하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일단 친이명박계는 “대세론에 빠지면 위험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친이계 중진인 이윤성 의원은 8일 라디오에 나와 19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패배한 사례를 들며 “대세론을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은 상대방을 보면서 시간을 갖고 후보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선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질 경우 경선 흥행이 되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전여옥 의원은 “대체재, 보완재, 히든카드 다 나와야지 원맨쇼하는데 관객이 모이겠느냐”며 “지금부터 대세론을 얘기해서 한나라당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근혜계는 그런 주장 자체가 박 전 대표를 흠집 내 당내 경선판을 흔들어보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해석한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대세론 운운하는 사람들은 결국 ‘박 전 대표가 대세론에 빠져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덧칠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실체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이후 3년 반 동안 평균 25∼35% 지지율을 보이며 여타 예비후보와 압도적 차이를 지켜왔다. 하지만 한때 고건 전 총리가 40%,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50%를 넘는 고공행진을 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지율 자체는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세론이 진짜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세론’이 과거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찬종 전 의원이나 고건 전 총리는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여야 상관없이 지지를 받았다”며 “그러나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선거 국면에서 지지정당의 후보를 선택하면서 지지율이 안개처럼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를 거치며 형성된 영남권 중심의 고정 지지층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또 박 전 대표가 호남과 충청 등 과거 보수정당 후보들의 불모지에서도 10~20%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복지 등을 강조하며 중간지대 공략에 나선 박 전 대표 행보에 중도층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따라 표의 확장성이 판가름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대세론이 맞느냐, 안 맞느냐’가 아니라 결국 대세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이회창 후보처럼 실패한 적도 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처럼 성공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세종시 논란 당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대세를 유지해왔다”며 “이는 대세론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 전 대표가 당내에서는 압도적으로 대세임이 확인됐을지는 모르나 본선에서도 대세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결국 대선은 51대 49의 싸움이고 야권연대가 성공할 경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