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3년 만에 1050원대로 뚝… 수출 中企 시름
입력 2011-07-08 18:11
원·달러 환율이 2년11개월 만에 1050원대로 내려섰다. 유로존 금리인상과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강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4%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정부가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도 최근 환율 하락세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하락세가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10원 내린 1057.0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8년 8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해소 가능성과 금리인상 여파가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유로존 금리가 인상되면 유로화가 강세를 띠는 반면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정례금융통화 정책회의에서 지난 4월에 이어 기준금리인 ‘레피(Refi)’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25% 포인트 또다시 인상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을 내비쳐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은행이 이날 KB금융지주 자사주를 1조8000억원대에 매각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환전 수요가 발생한 것도 환율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은행권과 수출업체까지 달러 매도에 가세하면서 시장 수급상황도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로존 금리인상으로 달러 약세 전망이 나오면서 환율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없다면 당분간 환율이 1050원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보다는 수출 피해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 국책연구기관은 환율이 10% 떨어지면 경상수지는 70억 달러 정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면서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것보다 수출에 주는 피해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당장 수출 중소기업부터 타격을 입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환율이 1100원 선 밑으로 하락할 경우 중소기업의 80% 정도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하락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환율 단위당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었으며 대기업의 경우 결제 통화 다변화 등을 통해 환리스크에 대비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은 어느 정도 피해가 불가피하겠지만 선박과 휴대전화 등 주력 수출 상품의 경우 이미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과거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