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TX, 하이닉스 인수 2파전
입력 2011-07-08 18:11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SK텔레콤과 ㈜STX의 대결로 압축됐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8일 오후 4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이 두 곳이 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자산 16조원, 매출 12조원의 ‘공룡 매물’이다.
SK텔레콤은 향후 면밀한 검토와 철저한 점검을 통해 적정 가치를 산출하고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STX 측도 실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으로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수출기업 인수를 통해 내수산업인 통신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또 하이닉스의 시스템 반도체사업이 SK텔레콤의 차세대 통신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월 국내 반도체 설계기업 엠텍과 반도체 설계 및 유통 합작사인 SK엠텍을 중국에 설립한 바 있다.
풍부한 자금력도 SK텔레콤의 강점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분기 1조500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단말기 할부채권을 하나SK카드로 넘겨 향후 3년간 단말기 할부채권 감소에 따른 현금 유입도 3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반도체사업 경험이 없고, 기존 성장 전략과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STX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TX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TX그룹이 대한조선 인수를 추진하다 가격 문제로 발을 뺐고, ㈜STX가 최근 자금 마련을 위해 17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 상황에서 3조원가량이 드는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SK그룹 중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전 단독 참여가 알려지자 이날 SK텔레콤 주가는 전날보다 5000원(3.24%) 하락한 14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하이닉스 인수 우려가 SK텔레콤에 몰리면서 STX는 전날보다 150원(0.72%) 오른 2만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는 8월 말 본 입찰 실시 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정욱 맹경환 이경원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