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독재시대 유아 유괴·매매… 스페인 대대적 수사 착수
입력 2011-07-08 18:08
1971년 스페인 세비아의 한 병원, 재봉사로 일하던 콘셉시온 로드리고 로메로(78)는 예정일보다 일찍 아들을 낳았다. 의사는 “아기가 작지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를 다시 볼 수 없었다. 물론 아기도 사라졌다.
이틀 후, 다른 의사로부터 아기를 추가 검진하기 위해 다른 병원에 보냈는데 거기서 숨졌고 표지 없는 무덤에 묻었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 그는 “누군가 내 아기를 훔쳐 갔다는 것을 알았다”며 수십 년 전 실종된 자신의 아이를 찾아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유아 유괴와 매매 등 로메로가 당한 것과 유사한 사건이 스페인에서 40년 동안 1000건이 넘게 벌어져 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아 유괴는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시대(1939∼75)에 좌파인사 가족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수녀까지 공모한 인신매매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이런 사건이 수천 건에 달할 수도 있어 아직도 내전(1936∼39)과 프랑코 독재 시대에 자행됐던 테러의 상처에 시달리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실종된 아이와 부모를 찾는 연합 단체가 지난 1월 처음 고소한 이후 수사에 나섰다. 법무부는 최근 유괴 증거가 있어 형사사건으로 분류된 162건을 포함해 총 1011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사건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만료돼 의회는 특별법 채택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유아 실종 사건은 1950년부터 발생했으며 프랑코가 죽은 75년 이후인 90년까지 40년간 이어졌다. 스페인 정부의 개입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칸디도 콘데 품피도 스페인 법무장관은 “얼마나 많은 사건이 더 나올지 추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처음으로 “범죄 조직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괴된 아이들은 매장되거나 입양 등을 위해 팔렸으며 일부 수녀는 유아 매매 사실을 고백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