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 금메달감… 정부·재계·체육계 똘똘 뭉쳐 ‘평창 쾌거’ 일궈

입력 2011-07-08 18:07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단순히 국제 스포츠 빅 이벤트를 국내에서 열게 됐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한국 스포츠외교력이 복원돼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스포츠는 그동안 서울올림픽과 서울·부산·인천아시안게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월드컵 축구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를 유치하면서 화려한 스포츠외교력을 과시했다. 특히 서울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앞서가던 일본 나고야를 제쳤고 월드컵때도 추격전을 펼친 끝에 일본과 공동개최권을 따내기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와 재계, 체육계가 똘똘 뭉쳐 펼친 ‘총력외교’의 결과였다.

하지만 2000년부터 시작된 지난 두 번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이 같은 총력외교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충분하지 못했고 재계의 노력도 부족했다. 강원도 차원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는 두 번의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기구가 만들어졌고 대통령까지 가세한 정부의 노력은 경쟁도시를 압도했다. 차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유력시 되는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이 버틴 독일의 뮌헨도, 전통적으로 IOC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프랑스의 안시도 전 국민이 똘똘 뭉친 한국 외교력을 능가할 수 없었다.

재계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셨다. IOC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IOC 위원 대부분을 만나 평창 지지를 간곡히 호소했다. 삼성의 막강한 정보력이 유치활동에 큰 보탬이 됐음은 물론이다.

2009년 9월 유치위원장을 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기업 경영조차 뒷전으로 미룬 채 유치활동에만 전념했다. 자사의 인재들을 유치위원회로 끌어들여 막강 지원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유치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이다. 과거 한국스포츠 외교는 고위 체육인사들과 기업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겨여왕’ 김연아를 비롯, IOC선수위원인 문대성, 썰매의 선구자 강광배, 국제 바이애슬론연맹 김나미 부회장 등이 일선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다했다. 여기에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전이경, 김소희와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삼총사인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도 스포츠 외교관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은 선수출신 스포츠 외교관이 적어 IOC 내에서도 유대관계를 통한 득표활동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기존 우려를 이번에 보기 좋게 불식시켰다. 남아공 더반 IOC총회를 통해 한국 스포츠 외교에도 ‘새로운 지평(new horisons)’이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