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문맹인구 30억… 듣는 성경으로 복음 전해야”

입력 2011-07-08 17:51


미국인 선교사 부부 제리·아네트 잭슨은 1970년대 초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 갔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방치된 ‘호피성경’을 발견했다. 글을 모르는 ‘까막눈’ 호피족에게 책은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우리가 떠난 뒤 이들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세계 최대 오디오 성경 선교회 ‘페이스 컴스 바이 히어링(Faith Comes By Hearing·FCBH)’은 이렇게 시작됐다. FCBH는 문맹인에게 ‘그들의 언어’로 녹음된 복음을 전달하는 것을 선교 사명으로 삼고 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 10:17)는 말씀 그대로를 실천하고 있는 셈.

최근 본보를 찾은 FCBH의 모건 잭슨 국제이사는 “전 세계 30억명의 문맹 인구를 하나님의 제자로 삼을 수 있다”며 ‘듣는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잭슨 이사는 창립자 부부의 아들로 1983년부터 이 사역에 동참했다.

FCBH는 6년 전부터 음성 칩을 끼워 넣은 오디오 플레이어를 개발,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세트테이프와 CD에 성경을 녹음했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용 성경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했다.

특히 잭슨 이사가 가져온 ‘선언자(Proclaimer)’라는 이름의 기기는 현재까지 한국어를 포함해 560개 언어로 신약성경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20개국에 전달됐으며 700만명 이상이 이 기기를 통해 복음의 메시지를 들었다. ‘선언자’에는 가난한 이들을 향한 깊은 배려가 담겨 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태양열 기판과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전력장치를 갖추고 있다.

잭슨 이사는 “인도의 한 슬럼가에서 오디오를 틀자 수백명의 현지인들이 성경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며 “그들은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웃에게 전하고 삼삼오오 모여 성경에 대해 토론했다”고 놀라워했다.

FCBH의 목표는 2016년까지 2000개의 언어로 신약성경을 녹음하는 것이다. 잭슨 이사는 “세상의 모든 언어로 듣는 성경이 제작될 수 있도록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교회의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