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병영문화에 ‘위로’가 시급하다…“내가 하나님과 동급” 동료 조롱 왜 이지경까지
입력 2011-07-08 20:02
인천 강화군 해병대 총격 사건 이후 군대 내 비인격적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사건에 연루된 정모 이병은 기독교인이었으며 선임병이 이를 조롱하고 성경책을 태우려고 한 일에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회는 1940년대부터 군 선교를 진행해 왔고 나름의 성과를 자부해 왔지만 이처럼 ‘악한 세대’에 이르게 된 이상 원인을 돌아보고 성찰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인들이 처한 현실=해병대 총격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수사본부에 따르면 정 이병은 부대 내 가혹행위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모 병장이 자신을 ‘하나님과 동급’이라며 ‘기독교를 왜 믿느냐, 차라리 나에게 기도하라’고 놀렸으며 자신의 성경책을 라이터로 태우려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가 된 ‘기수열외’의 경우 ‘성매매 계’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부대 내 성추행·구타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다가 대상이 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해도 이처럼 군대 내에 비인격적인 문화가 존재하는 데 대해 기독교계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하 군선교연합회) 김대덕 총무는 “군대 내 원인도 있지만 입대 장병의 40%가 한부모 가정 소속이라는 점 등 이미 정신적 피폐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군 지휘부의 재발 방지 약속보다도 가정과 학교, 교회에서의 인성 교육, 인격적 병영문화 캠페인 등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군 선교 나아갈 방향=군선교연합회에 따르면 1990년부터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진중 전도 운동에 따라 세례를 받은 장병은 지난해 말 기준 32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세례 장병은 19만179명으로 2009년보다 8905명 증가했다.
문제는 후속 관리다. 군선교연합회는 ‘출신 지역 교회와의 데이터 연결’ 등 시스템 구축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군대 내에서 신앙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란 쉽지 않다. 군종장병은 260여명에 불과해 장병 2500명당 한 명꼴이고, 민간인 목회자인 ‘군 선교 교육자’ 300여명을 합쳐도 진중교회 1000여개를 하나씩 맡아 목양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군인 출신인 서울기독대 김충일 박사는 최근 현역 장병 3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신세대 장병들은 일방적 설교보다는 쌍방향 의사소통을 원하며 병영 생활 속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위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교회 전반의 관심 부족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역시 군인 출신으로 백마 기드온교회에서 진중 목회를 하는 백석대 김창제 교수는 “군 선교 교역자들은 해외 오지 선교사 못지않게 척박한 환경에서 자비량으로 선교를 펼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과 재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신앙을 가진 청년들이 군대 내에만 들어오면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 교회가 입대하는 청년들을 위해 각별히 기도하고, 그들이 부대 내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적 무장을 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