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풍자’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다… 조각가 김경민의 ‘라이프 스토리’

입력 2011-07-08 17:51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인물을 조각으로 빚어내는 김경민(40) 작가의 작품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온 가족이 하늘을 쳐다보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집으로’, 엄마가 아빠와 아이들을 등에 업고 있는 ‘돼지엄마’, 목욕탕에서 딸이 엄마의 등을 밀어주는 ‘친한 사이’ 등 작품들이 하나같이 유쾌하고 발랄하다.

동업 작가인 남편(조각가 권치규)과 2녀1남을 둔 그의 작업 소재는 자신의 가족이다. 하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다소 과장된 캐릭터로 익살스럽다. 작은 눈과 큰 코, 넉넉한 입과 큰 테의 안경, 기다란 얼굴의 마음씨 좋은 남자, 핑크빛 의상에 가냘픈 몸매의 여자 등등. 캐리커처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미지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작업은 찰리 채플린의 일생을 영화화한 희극을 조각으로 옮기는 데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조각은 인간의 미적 측면을 긍정하고 찬미하는 예술이었지 심판하는 예술은 아니었다”는 그는 일상에 대한 비판을 통해 현실을 포착하는 작업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의 작품 속 웃음코드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해학이자,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이상세계에 대한 꿈이기도 하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라이프 스토리(Life Story)’라는 타이틀로 31일까지 열린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모습을 섬세한 손길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연출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아빠가 아들을 어깨 위에 올려놓은 채 앞서 가고 엄마가 뒤따르는 모습, 부부가 평균대 위에서 팔을 활짝 벌리고선 중심을 잡으며 걷는 모습 등이 재미있다.

도자기를 굽듯이 불을 때가며 브론즈에 컬러 물감을 칠하는 방법으로 제작한 그의 작품은 ‘팝 리얼리즘의 색채조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조각 속 주인공들의 몸매가 마르고 왜소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풍자라고나 할까. 하지만 작가는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를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02-720-5789).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