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 야만적 병영악습 근절하라

입력 2011-07-08 17:31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8일 총기 난사 사건 후속대책을 논의한 긴급 지휘관 회의에서 “해병대 전통이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과감히 도려낼 것이며 악·폐습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해병대 병영문화의 특징은 엄격함과 끈끈한 전우애다. 하지만 총기난사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해병대 병영 악습은 확실히 그 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는 ‘악기바리’, 계급과 호봉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정한 ‘호봉제’, 후임자가 선임자 대접을 안 해주는 ‘기수열외’ 등 반 인권적인 해병대 병영악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없어진 줄 알았던 구타도 해병대에서는 일상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년 3개월 동안 943명의 해병대원들이 구타와 가혹행위에 따른 상처를 치료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이 밝힌 선임병들의 반인권적 가혹행위들은 야만에 가깝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정 모 이병에게 선임 병장은 “병장은 하나님과 동격이다. 기독교를 왜 믿느냐. 차라리 나에게 기도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정 이병은 또 “모 병장이 성경책을 라이터로 태워버리겠다며 불을 붙여 내가 바로 끈 적이 있다”고 진술을 했다. 그는 “그 병장이 ‘XX를 태워버리겠다’며 전투복 하의 지퍼 부위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급하게 끈 적도 있다”고 술회했다.

이렇게 구타와 폭언 등이 다반사로 이뤄지는 폐쇄적인 병영 문화 속에서 정상적으로 군대생활을 할 수 있는 젊은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해병대의 악습들을 지휘관들이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구타와 가혹행위가 군부대 내에서 발생했지만 축소 은폐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를 일으킨 병사의 직속 지휘관뿐 아니라 고위 지휘관들까지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귀신 잡는 해병’ ‘젊은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군대’가 어느새 ‘야만의 해병대’가 돼버렸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명예를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