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 승부조작 근절 위한 대수술 필요

입력 2011-07-08 17:29

프로축구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승부 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이 무려 53명이나 된다. 올 시즌 등록된 국내 선수의 8.5%에 해당되는 숫자다. 연봉이 낮은 선수는 물론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검찰에 기소된 선수들은 16개 구단 가운데 14개 구단 소속이라고 한다. 검은 돈의 유혹에 양심을 팔아버린 선수들이 프로축구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지난해 K리그 15개 경기 중 12경기 결과를 조작해 성공시켰다. 중간브로커인 공격수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받은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축구장에서 발군의 연기를 펼친 것이다.

프로축구의 흑막이 밝혀지면서 팬들과의 신뢰관계는 깨져버렸다. 외국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지고, 서비스마저 허술하지만 축구가 좋아 그동안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의 배신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게다가 한 구단의 경우 골키퍼 4명 가운데 3명이 기소되고, 1명은 출장정지를 받아 다음번 경기에 내보낼 정식 골키퍼가 없는 기현상도 자초했다. 팬들이 외면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한 선수는 단 한 차례 승부조작에 참여했다가 발을 빼려 하자 “죽여버리겠다” “선수 생활을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등 온갖 협박과 폭행에 시달려 외국으로 피신까지 했었다고 증언했다. 승부조작으로 돈을 벌려는 전주(錢主)들과 조직폭력배들은 선수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들이다. 검찰은 도주한 조직폭력배 등을 반드시 붙잡아 엄단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더 많은 선수들이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사태다.

축구계는 충격에 휩싸인 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아직 해법은 없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이 팬들에게 다시 응원하러 와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선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번 승부조작 파문에 관여한 선수들의 경우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조치가 첫걸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