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목회 30년 맞은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 “난 교회라는 목장의 양치기”
입력 2011-07-08 17:40
목양일심(牧羊一心). 목회성역 30년을 맞은 은평제일교회 심하보(59) 목사가 평생 가슴에 품고 있는 또렷한 문구다. 외삼촌 라반의 양을 치는 데 전력했던 야곱처럼 그는 ‘은평제일교회’라는 목장에서 뛰노는 양들을 위해 전심을 다해 왔다. 자신도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양치는 일에만 흠뻑 빠져 있는 그에게는 다른 일들은 관심 밖이었다.
심 목사는 교회성장은 목회자의 헌신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그는 “교회를 개척한 지 수년이 지났어도 50명에서 100명을 넘지 못하거나 또 100명을 넘었어도 더 이상 성장이 없는 교회들이 한국교회에 50%가 넘는다”며 “우리 교회도 그런 교회 중 하나였으나 죽을 힘을 다해 목회한 결과 성장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심 목사가 목회의 길에 들어선 것은 매우 극적이다. 어려서부터 소양성결교회에 출석했으나 목회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신앙을 전혀 모르는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의류제조업을 시작했다.
77년 겨울. 심 목사는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다가 가죽점퍼를 대량생산했다. 삼척의 탄광촌에도 납품을 하기로 했다. 혹한을 예상하고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생산했다. 그러나 어렵게 모은 재산을 모두 날리고 기도원에 갔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에 대한 희망이 없었어요. 철야기도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어요. 신학을 공부하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고 4학년 때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1981년 7월 19일. 서울 불광동 월세방에서 아내와 어린자녀들과 예배드린 것이 은평제일교회의 시작이었다. 이때 그는 성도들의 시간을 도둑질하지 않고, 삯꾼 목자는 되지 않으며, 죽을 힘을 다해 목회하겠다는 각오를 했다.
“교회를 찾아온 성도라면 무엇인가 듬뿍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은혜를 주기 위해 기도로 말씀을 준비했지요. 그리고 안 되는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또 그는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물어가고 또 헤치느니라”(요 10:12)는 말씀을 묵상하며 목사를 결코 직업으로 여기지 않고 사명으로 여겼다. 그는 교회를 개척한 후 12년 동안 목회자 사례비를 받지 않았다. 목회하면서 영양실조로 두 차례나 쓰러지고 여비가 없어 지방에서 하는 동생의 결혼식에도 가지 못했지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목회하면서 관심을 많이 가진 것은 어떻게 하면 생동감 있는 설교를 할 수 있느냐였다. 처음부터 ‘강해설교’를 택했다. 성경말씀 속에 담긴 뜻을 파악하기 위해 묵상하고 기도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창립 초기엔 새벽에 교인들을 깨우러 다닐 정도로 뜨거운 목회 열정을 지녔다.
초창기 은평제일교회는 주로 여신도들이 많았다. 남선교회를 조직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부초대연회’를 열었다. 여신도들이 믿지 않는 남편을 초청해 파티를 여는 프로그램이었다. 모임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참석자의 50% 정도가 교회 출석을 시작했고 곧 남선교회가 조직됐다. 교회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창립 첫해 출석신자만 200여명에 이르렀고 12년 만에 2400명으로 급성장했다. 교회의 성장 비결을 듣고 싶어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는 교회 부흥의 체험을 혼자 간직하기 아쉬워 매년 전국의 목회자들을 초청해 무료 세미나를 열었다. 그동안 7800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심 목사의 강연 요지는 ‘목회는 이론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개척과 함께 시작되는 숱한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 냈는가를 담담하게 들려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목회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는 교회를 성장의 대기권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은 기도와 말씀이라는 장작이며, 이 장작을 주도적으로 때야 할 사람은 목회자라고 말한다.
“저는 목회자들에게 ‘교회 안 개구리’가 되라고 권합니다. 교회 안에 머물러 기도와 말씀의 불을 지피고 오직 양떼를 돌보는 데만 온힘을 쏟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은평제일교회는 개척교회나 농어촌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나누는 교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척교회 부흥을 위한 실재적 교회성장 세미나, 목회자 사모 세미나 등 목회 노하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했다.
“가장 경험적인 것이 가장 학술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없는 학술은 무의미합니다. 목회는 수학이나 과학이 아니라 양을 치는 일이지요. 목회의 임상경험을 통해 검증된 목회 프로그램들을 나누었어요.”
지난해 교회 건축을 은혜롭게 마친 그는 교회 건축은 결코 목회 비전의 완성이 아니라 오히려 비전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필요를 채워주는 교회, 쉼을 제공하는 교회, 예수님의 감동을 주는 교회를 꿈꾼다. “우리 교회가 추구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가난한 자가 나와 복 받은 교회, 병든 자가 나와 건강을 얻는 교회, 절망한 자가 찾아와 소망을 얻는 교회, 죄인이 나와 구원받는 교회, 온 성도가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교회입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