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삼계탕·추어탕 이젠 식상하시죠?”… 옛 선비처럼 정갈하게 보양하세요
입력 2011-07-08 17:33
14일은 초복이다.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다. 예로부터 복날은 복달임이라 해서 보양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복날, 가족을 위한 보양식으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복날 흔히 즐기는 ‘탕 삼형제’. 삼계탕은 식상하고, 추어탕은 재료 다루기가 쉽지 않고, 보신탕은 즐기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래저래 성이 차지 않는다. 영양보충도 해주고, 장맛비와 더위에 지친 입맛도 돋워주고, 식재료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특별 보양식이 없을까.
특급호텔 조리장이 추천하는 복달임 요리 3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 조리장 오태현씨는 서리태냉채, 해물가지선, 더덕편부침을 추천했다. 귀에 익지 않은 이 메뉴들의 정체는?
오 조리장은 “무궁화의 여름철 메뉴들이라며, 주식은 아니지만 양을 조절하면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입맛도 돋울 수 있는 별미”라고 소개했다. 그는 무궁화의 음식들은 1900년 조선 말기 음식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와 1942년 발간된 ‘우리음식’ 등 옛 문헌과 ‘반가음식(양반이 먹던 음식)’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무궁화는 “한식은 조리 과정이 까다롭고, 회전율이 낮으며, 재료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 적자를 보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특급호텔 관계자들의 변명을 궁색하게 만든 곳이다. 현재 서울시내 특1급 호텔 19개 중 한식당이 있는 곳은 4개뿐이다. 무궁화는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뉴얼 오픈한 뒤 일 매출이 전보다 2.5배나 늘었고, 한식 세계화의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호텔 이미지까지 높이고 있다. 무궁화의 성공은 정체성을 담은 맛있는 음식, 코스로 구성해 외국인들도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면서 잔반을 줄인 상차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 그럼 이번 복날에는 특급호텔에서 외국인들도 즐겨먹는, 뿌리 깊은 우리 음식으로 상을 차려 보자. 서리태냉채는 검정콩을 갈아 국물을 만들고 찹쌀로 새알 옹심이를 만들어 띄운 것으로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리는 콩의 영양가는 더 말할 나위 없을 터다. 특히 검정콩은 흰콩보다 인체 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크다. 해물가지선은 여름 채소인 가지에 해물소를 넣은 것으로 어만두에 가깝다. 블랙푸드의 대표 야채인 가지는 발암물질 억제 성분과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그만이다. 더덕편부침은 더덕에 해삼 전복을 소로 넣은 일품요리다. 산삼에 버금가는 약효가 있다고 해 사삼이라고 불리는 더덕은 여름철 원기 회복에 더없이 좋다. 메뉴 3가지 모두 간단한 김치만 곁들여 상을 차려도 좋다. 식사량이 많은 사람은 서리태냉채에 옹심이를 여유 있게 넣고, 다른 것들은 양을 더하도록 한다.
<레시피>
◇ 더덕 해물 지짐이
<재료> 관자살 10개, 양파·해삼(또는 새우)·찹쌀가루 50g씩, 전복 100g, 두부 1모, 더덕 큰 것 10개, 부침가루 100g, 다진마늘·다진파 1작은술씩, 참기름 약간, 간장 소스(간장·식초 1큰술씩, 물 3큰술, 설탕 ¾큰술, 전분가루 약간), 다진은행·잣가루·어린잎채소 약간씩
<만들기> ① 더덕은 손질해 데친 다음 물에 담가 아린 맛을 없앤다. ② 얇게 길이로 잘라 칼등으로 살살 두드려 펴준다. ② 관자살, 양파, 전복, 해삼은 다지고, 두부는 물기를 짜 으깬 뒤 다진마늘과 파, 참기름을 한데 넣고 섞어 소를 만들어 놓는다. ③ 부침가루에 물을 넣고 걸쭉하게 갠다. ④ 얇게 썬 더덕을 너비가 3∼4㎝ 되도록 몇 개를 겹쳐 깔고 찹쌀가루를 뿌린 뒤 그 위에 준비된 소를 얹고 더덕으로 덮은 다음 찹쌀가루를 뿌린다. ⑤ 식용유를 두른 팬에 지져 낸 다음 1, 2분쯤 랩을 씌워 뒀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⑤ 간장 식초 물 설탕을 한데 넣고 끓이다 전분을 약간 넣어 농도를 짙게 만든다. ⑥ 더덕지짐을 접시에 담고 간장 소스를 그 위에 뿌린 다음 다진은행과 잣가루를 뿌리고, 어린잎채소를 얹는다. 은행과 잣가루, 어린잎채소는 생략해도 된다.
◇ 가지선
<재료>굵고 곧은 가지 4개, 한치(또는 물오징어)·양파·두부 40g씩, 찹쌀가루 10g, 소금·참기름 약간씩, 복분자원액 100㎖
<만들기> ① 가지는 2.5㎝ 길이로 자른 다음 위에서 아래로 칼집을 8개쯤 넣어 30분∼1시간 소금물에 절인다. ② 한치 양파는 다지고, 두부는 물기를 짜 으깬 뒤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섞어 소를 만들어 놓는다. ③ 칼집을 넣은 가지에 준비된 소를 넣는다. ④ 찹쌀가루를 소 위에 고루 뿌린 뒤 찜솥에 쪄낸다. ⑤ 복분자 원액을 은은한 불에서 졸여 소스를 만들어 보기 좋게 뿌린 뒤 가지선을 올린다. 먹을 때 소스를 찍어 먹는다.
◇ 서리태냉채
<재료> 서리태 200g, 두유 20㎖, 생수 50㎖, 찹쌀가루 20g, 소금 약간
<만들기> ① 서리태를 물에 24시간쯤 불린 뒤 삶아서 껍질을 벗겨내고 식힌다. ② 서리태에 생수와 두유를 넣고 갈아서 냉장고에 넣어 둔다. ③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반죽해 지름 1㎝ 크기의 새알 모양 옹심이를 만든다. ④ 팔팔 끓는 물에 옹심이를 삶은 뒤 찬물에 담갔다 건져 식혀둔다. ⑤ 서리태 국물에 소금간을 하고 옹심이를 동동 띄워 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