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핵심’ 이탈… KDI가 흔들린다

입력 2011-07-07 21:17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핵심인력 이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13년 연구원의 세종시 이전이 표면적 이유로 거론되지만, 이면에는 정부 정책에 동조를 강요하고 연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오석 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거라는 게 연구원 안팎의 시각이다.

7일 KDI에 따르면 최근까지 거시경제부장으로 경제전망과 분석을 담당했던 김현욱(44·사진) 박사가 지난달 30일을 마지막으로 민간 연구소인 SK경영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교수 채용이 집중됐던 1∼2월 사이 5명의 연구위원이 민간 연구소와 대학 등으로 나간 데 이어 올해 6명째다. 여기에 4∼5명의 연구위원이 추가로 옮길 것으로 알려져 KDI 연구역량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놓고 KDI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취임한 현 원장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이 한계에 이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세종시 이전은 좋은 ‘핑계’가 됐다는 것이다.

KDI에 오래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현 원장은 기본적으로 KDI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자기 이름을 걸고 연구하는 박사들로서는 소신대로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에 불만이 많았다.

세종시 이전은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현 원장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세무대학 학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김 박사의 한 지인도 “김 박사는 당초 KDI가 세종시로 옮기더라도 같이 갈 생각이었는데 연구 자율성 침해가 심해지자 결국 민간 연구소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DI 역할에 대한 재정립과 원장 선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 관계자는 “현 체제 들어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분석을 하던 기관으로서 KDI의 존재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책연구기관장을 바꾸고, 공무원 출신을 자리에 앉히는 등의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